두 달 후 '농협중앙회장' 선거…차기 '농민대통령' 경쟁 본격화
두 달 후 '농협중앙회장' 선거…차기 '농민대통령' 경쟁 본격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2.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1월31일 선거일 확정…간선제 통해 대의원 투표
이성희·유남영·강호동·최덕규·문병완 등 유력후보 거론
영호남 출신 우세지만 경기·충청 전략 따라 '혼돈' 전망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이 지난 11월28일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내년 1월31일에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이 지난 11월28일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내년 1월31일에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250여만 조합원과 3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농협의 얼굴인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농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일 농업계에 따르면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일은 2020년 1월31일로 확정됐다. 회장 후보자 등록은 내년 1월 16~17일까지며, 선거운동기간은 1월18일부터 선거 전날인 30일까지다.

선거방식은 이전과 동일하게 간선제로 치러진다. 당초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는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결국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불발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농·축협 조합장 1118명 중 대의원 자격이 있는 293명이 투표를 통해 신임 농협중앙회장을 새롭게 선출할 예정이다. 관련 선거규정에 따라 대의원 150명의 지지를 받으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다.

‘농민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차기 농협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러 후보들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우선 지난 23대 농협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현직인 김병원 회장과 맞대결한 이성희 전(前)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 전 조합장의 경우 세 차례의 농협회장 선거 경험이 있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타 후보군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당시 23대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가 되지 못해 김 회장과 결선투표를 치른 바 있다. 이 전 조합장은 최원병 22대 농협중앙회장이 ‘미는’ 인물로도 알려졌다.

전북지역 최다선(6선) 당선 기록자인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도 유력후보로 떠오른다. 특히 유 조합장은 김병원 회장과 친분이 두텁고, 농협사업에 대한 공감대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농업계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김 회장이 차기 회장선거에서 유 조합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4선)도 또 다른 유력 후보다. 지난달 초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강 조합장은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은 상황이다. 1963년생으로 다른 후보군보다 비교적 젊어 ‘세대교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23대 회장 선거에서 김병원 회장, 이성희 전 조합장과 3파전을 벌였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7선)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최 전 조합장은 지난달 초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바 있다. 그러나 위탁관리법 위반 혐의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다만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고, 위탁선거법 상 최종판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선거 참가에는 문제가 없다. 

전남지역 농협 중 최다선 조합장인 문병완 보성농협조합장(5선)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문 조합장은 농업계 핵심 현안으로 꼽히는 쌀 유통과 수급을 맡는 전국 농협RPC협의회장(3선)을 함께 맡으면서 인지도가 높다.

이 외 이주선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9선)과 여원구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4선)과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3선)도 있다. 이들 조합장은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데, 그만큼 지역 내 입지가 강해 일정 정도의 득표력은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 별관에 놓여진 '농협중앙회장 공정선거' 푯말. (사진=박성은 기자)
농협중앙회 별관에 놓여진 '농협중앙회장 공정선거' 푯말. (사진=박성은 기자)

이처럼 자천타천으로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후보자 등록 직전까지 각 지역별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업계에서는 차기 농협회장 선거가 영호남의 세(勢) 대결 속에 경기와 충청지역 대의원들이 캐스팅보트(가부 동수가 나올 때 결정권을 쥘 수 있는 표, Casting Vote)를 쥘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의원 비중 면에서 영남지역이 약 32%로 가장 높고, 이어 전라 21%, 충청 18%, 경기 16% 등의 순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1~2명 이상의 후보가 자천타천 나오고 있는데, 이전 선거처럼 막판에 단일화 과정을 거쳐 3명 안팎으로 압축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의 김병원 회장이나 이전의 최원병·정대근 회장 사례처럼 영호남 출신 후보들이 유력하지만 압도적인 우위는 아니기 때문에, 경기와 충청이 어떤 전략을 취하냐에 따라 선거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