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5만톤 공급부족 '빨간불'…가격상승 전망
햅쌀 5만톤 공급부족 '빨간불'…가격상승 전망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0.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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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 감소, 잇따른 태풍 피해 영향
375만t 예상…2000년 이후 가장 최저치
정부, 태풍 피해 벼 전량 매입 결정
산지에서 쌀을 수확하는 모습. (사진=농협)
산지에서 쌀을 수확하는 모습. (사진=농협)

올해 쌀 생산은 재배면적 감소와 잇따른 태풍 피해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인 375만여톤(t)에 그칠 전망이다. 수요 대비 5만t 내외의 공급 부족이 발생해 쌀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9년산 햅쌀 생산량(예상치)은 374만9000t이다. 이는 지난해 386만8000t과 비교해 3.1%(11만9000t)이 줄어든 수치다. 통계청도 KREI와 비슷하게 올해 377만9000t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쌀 생산량은 200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좀 더 이전까지 살펴보면 39년 전인 1980년의 355만t 이후 올해가 가장 흉작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쌀 수확이 적은 이유는 재배면적 감소와 수확기에 연이은 태풍의 영향 때문이다.

실제 쌀 생산면적은 소비 감소와 타작물 재배, 택지개발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인 2009년 92만4000헥타르(㏊)에서 2014년 81만6000㏊, 지난해 73만8000h㏊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전년보다 1.1% 더 감소한 73만㏊다.

여기에 최근 ‘링링’과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으로 잇따르면서 호남지역을 비롯한 주요 양곡지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태풍 영향으로 약 3만197㏊ 규모의 벼가 도복(쓰러짐)됐는데, 이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4%가 넘는다. 국내 최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호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만7841ha로 가장 피해가 컸고, 이어 충남 4952ha, 인천 1486ha 등의 순이다.

KREI 관계자는 “비단 도복뿐만 아니라 흑수(벼 이삭이 까맣게 변해 쭉정이가 되는 것)와 백수(이삭이 하얗게 마르는 것), 수발아(벼 이삭에 싹이 나는 현상) 피해까지 고려하면 쌀 생산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농식품부는 올해 햅쌀 수요량을 380만t가량(377만~381만t의 평균치)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치를 감안하면 5만t 정도의 공급 부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양곡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쌀 공급이 수요를 밑돈 것은 2003년과 2007년, 2012년 등 세 차례다. 최근 4년간은 공급 과잉으로 100만t에 가까운 쌀이 재고로 남았다. 하지만 올해 쌀 생산이 예상처럼 줄어든다면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곡업계는 올해 쌀값 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단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 수확기(10~12월) 첫 산지 쌀값은 19만1912원(80킬로그램 한 가마, 10월5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낮게 형성됐다. 그러나 정부가 태풍 피해를 입은 벼를 전량 수매하기로 결정한 만큼, 매입규모가 클수록 시장에 공급될 햅쌀 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의 여지가 있다.

양곡업계 관계자는 “태풍 피해를 입은 벼 매입 상황을 주시하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시간을 더 두고봐야하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겠지만 19만5000원대 전후로 소폭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수확기(10~12월) 산지 평균 쌀값은 19만3568원이었다.

정부도 쌀 시장이 수급 불안정 등의 위험요인이 상존한 만큼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앞서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쌀 생산량은 수급균형 수준보다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달 21일부터 11월30일까지 태풍 피해 벼 매입을 실시하는 한편, 앞으로 수급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