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세요" 참혹했던 김포요양병원 화재
"제발 살려주세요" 참혹했던 김포요양병원 화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9.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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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 환자들 '공포'… "발화지점, 병실 근처"
소방당국 신속한 화재진압… 2명 사망·47명 부상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화재현장에서 경찰·소방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 화재현장에서 경찰·소방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 3·4층이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혔다.

불과 함께 찾아온 정전은 건물 안마저 암흑으로 변하게 했다. 놀란 사람들은 연신 기침을 터뜨리며 너도나도 살려달라고 비명을 내질렀다.

24일 오전 9시3분께 발생한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의 화재는 한 편의 전쟁 영화와 같았다.

병원 4층 내 16.52㎡ 규모 보일러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불로 인한 연기는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운 탓에 빠르게 병실로 흘러들어갔다.

연기를 발견한 환자들과 간병인들은 당황했다. 특히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모두 거동이 불편했던 탓에 긴장감이 컸다.

혼자서 대피할 방법이 없던 환자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공포에 떨었다. 한 환자는 "불이 난 것을 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회상하며 공포심에 몸을 떨었다.

간병인들은 신속히 움직였다.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하며 긴급히 대피시켰다.

환자들은 병원과 연결된 주차장으로 피신했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침대나 휠체어에서 담요를 덮고 불안감 속에 구조를 기다렸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빠르게 출동해 환자들 구조에 나섰다. 건물 좌측 계단을 통해 구조대원 50여명을 투입, 연기를 빼내기 위해 병원 창문을 깬 뒤 환자들을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대변하듯 병원 주변에는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건물 창문을 부순 유리 잔해들이 가득히 깔려있다.

또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후 20여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진압에 나섰다.

소방당국의 노력으로 불은 50여분 만에 꺼졌다. 하지만 안타까운 인명사고는 막을 수 없었다.

이 불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A(90·여)씨 등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8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강력팀 등 19명을 투입해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조만간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