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71년 만에 '제주 4·3사건' 공식 유감 표명
군·경, 71년 만에 '제주 4·3사건' 공식 유감 표명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4.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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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제주도민 희생,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
경찰청장 "4·3 희생자에 머리 숙여 애도…역사 성찰"
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와 경찰이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두 기관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군경이 투입돼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취지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나 서주석 국방부 차관 명의가 아닌 '국방부' 차원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국방부가 4·3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국방부의 제주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제주 4·3 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차관은 이날 중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명할 예정이다.

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추모제'에 전‧현직 경찰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해 헌화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이어 "경찰도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 인권 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군중을 향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시작으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 동안 제주전역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군경은 무장대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제주도민 1만여명을 학살하고, 마을 수십 곳을 불태운 것으로 진상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