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 극심…"극단적 선택 생각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 극심…"극단적 선택 생각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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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설문·심층조사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한 아파트의 모습.(사진=김정곤 한국재난정보학회 재난기술연구소장 제공)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한 아파트의 모습.(사진=김정곤 한국재난정보학회 재난기술연구소장 제공)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을 경험한 피해자와 같은 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의 고통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참사 후 불안 증세를 겪었고,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기도 했다. 또 건강 문제나 가계의 경제 상황도 악화돼 힘들어하고 있었다.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5일~12월 20일 포항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심층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포항 지진자의 82.5%는 지진 이후 불안 증세를 새롭게 겪었다고 응답했다.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이들도 각각 55%와 42.5%로 집계됐고, 피해자 47.5%는 정신·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수면제를 복용했다.

포항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고,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은 16.1%, 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응답도 10% 있었다.

신체적 건강도 악화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말에 42.5%는 '나빠졌다', 37.5%는 '매우 나빠졌다'고 답했다.

가계의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포항지진 피해자의 가구 총자산을 조사한 결과 34.1%가 줄었다고 알렸다.

이에 이들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생활안정지원(54.3%), 조세·보험료·통신비지원(42.5%), 일상생활지원(41.7%)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천 화재 피해자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천화재 피해자 중 73%가 불면증을 새로 앓았고, 이들의 53.3%는 우울을, 50%는 불안간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76.7%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큰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 자살 생각(36.7%)과 자살 시도(6.7%)를 하기도 했다.

신체적 건강은 피해자의 43.3%가 '나빠졌다', 13.3%가 '매우 나빠졌다'고 했고, '좋아졌다'나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없었다.

화재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는 피해자는 83.3%였다. 새 질환의 종류(중복 포함)는 소화기계(위염·위궤양·소화불량), 신경계(만성두통) 등 10여종에 달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가구 총자산을 묻는 질문에 39.2%가 줄었다고 답했고,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필요한 지원은 구호 및 복구 정보 제공(33.3%), 생활안정지원(24.1%), 일상생활지원(24.1%) 순이었다.

게다가 제천화재 피해자들은 사회적 관계망 손상도 심했다. 이들은 소방에 대해 우호적인 일반인들 정서에 반하는 소방본부와의 갈등 때문에 사회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재난 피해자들이 경제·정신·신체 등 복합적인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피해지원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으로 △재난 원인 및 대응과정 조사단의 상설기구화 △피해지원 재정 확충을 위한 (가칭)국민재난복구기금 신설 △재난지원의 공정성 및 형평성 확보 △ 의료 및 심리지원의 한시성 개선 △안전취약계층 우선 지원 등을 꼽았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