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 첫 재판 종료…공소사실 전면 부인
전두환, '5·18' 첫 재판 종료…공소사실 전면 부인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3.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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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회고록에 허위 사실 적시,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해"
변호인 "인정할 수 없어"…재판 관할 이전 신청서도 제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또다시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사자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공판이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헤드셋을 쓰고 다시 한번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다.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도 그는 헤드셋을 쓴 채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전 전 대통령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측은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고,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허위사실로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다"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면서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들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최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고인의 명의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 신부의 유가족과 '5월 단체'는 회고록이 발간된 직후 전 전 대통령을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그를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등의 이유를 대며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재판에 두 차례 불출석했다. 지난해 9월엔 광주 대신 서울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면서 재판이 연기되자 광주지법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한 바 있다. 구인장이 발부되자 전 전 대통령은 재판에 자진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