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北롤 모델되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北롤 모델되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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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머이'로 공산당 독재 유지하며 시장경제 도입
외국자본 유치로 고속성장…30년만에 GDP 15배↑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급부상한 베트남이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베트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머이'가 북한 경제 발전에 가장 적합한 ‘롤모델’로 꼽히면서 이목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는 바꾼다는 뜻을 지닌 베트남어 '도이'와 새롭다는 뜻인 '머이'의 합성어로 쇄신을 뜻하다.

이 정책은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베트남은 베트남전이 끝난 지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함께 번영하는 길을 택했다.

양국이 관계 정상화로 가는 길은 순탄치는 않았다. 미국이 베트남전 후 2년 만에 캄보디아를 침공한 베트남에 대해 유럽과 손을 잡고 강력한 고립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당시 베트남의 상황은 심각을 넘어서 절박했다. 식량 부족은 물론 무려 7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초래되면서 '개혁이냐, 죽음이냐'라는 슬로건까지 등장했다.

커다란 경제위기에 직면한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를 채택하고 3년 뒤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 신뢰를 쌓은 뒤 1994년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은 1987년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해 적극적인 외자 유치에 나섰고, 1993년 토지법을 개정해 담보권, 사용권, 상속권을 인정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상법과 기업법을 잇달아 도입해 민간기업이 성장하는 길을 닦았다.

그 결과 베트남은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계속하면서 1980년대 100달러 안팎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에는 2587달러로 증가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베트남의 작년 GDP 성장률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7.08%를 기록했고,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해마다 늘어 작년에 사상 최고치인 180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북한은 비슷한 처지에 있다가 단기간에 경제 현대화를 일궈낸 베트남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말 하노이를 찾아 경제·산업·관광단지를 두루 시찰하면서 도이머이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이 베트남의 전철을 밟는다고 해서 베트남처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베트남과 북한의 여러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베트남은 중앙통제식 계획 경제의 역사가 10년 정도로 짧았으나, 북한은 전후 65년 넘게 엄격한 공산체제가 유지된 만큼 시장경제로의 변화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도이머이를 시작하던 당시 베트남 인구의 70%를 차지하던 농업 종사자들은 도시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수출경제의 토대가 됐으나 북한은 인구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 중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통해 고립에서 벗어난다면 급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베트남을 롤모델로 삼는 것이 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도 최근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한 현실적 모델로 베트남이 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