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직접 조문 처음
"문제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 아프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영정 앞에서 큰절을 한 뒤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현직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이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를 문병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큰절을 한 뒤 김 할머니의 사진을 수초간 길게 응시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김 할머니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져 윤 대표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이사, 권미경 한국노총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으로 상주를 맡고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빈소 옆 응접실에서 일부 상주와 면담했다.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법적 후견인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 계속 도와달라'고 하셨고 '나쁜 일본'이라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셨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 23분 남으셨다. 한 분, 한 분 다 떠나고 계신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길원옥 할머니를 향해서는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나오면서 조객록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적었다.
이날 조문에 앞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면서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며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국제사회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음 고발한 김 할머니는 1년여의 암 투병 끝에 전날(28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는 만 14세이던 1940년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가 성노예 피해를 당했다.
김 할머니는 귀향 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성폭력 피해자와 이재민, 전쟁 피해 아동을 돕는 데 앞장섰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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