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끝까지 싸워달라”…임종 전 마지막 당부
김복동 할머니 “끝까지 싸워달라”…임종 전 마지막 당부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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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사력 다해 “나 대신 재일조선학교 지원 끝까지”
옛 일본대사관앞 1일 영결식…서울광장서 시민 추모행진
29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문제를 나를 대신해 끝까지 해달라.”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가 전한 김복동 할머니의 임종 전 마지막 말이다.

윤 대표는 29일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김 할머니는 지난 11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8일 오후 10시41분께 별세했다.

김 할머니는 28일 오전 내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도 김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당부와 함께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윤 대표는 “어제 오후 5시 김 할머니가 갑자기 눈을 뜨고 사력을 다해 마지막 말씀을 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이럴 수가 있나’라며 절규에 가까운 분노도 표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암 투병 중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인권 운동을 했다”며 “지난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위한 1인 시위를 할 때도 몸이 좋지 않았지만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 할머니는 늘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던 분”이라며 “떠나시는 그날조차도 재일조선학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는 전 재산을 기부하고 통장에는 160만원만 남기셨다”며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마지막 모습으로 보여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반성하고, 새로운 결의를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의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의연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윤 대표,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을 비롯해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 7명이 참여해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현재 정의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한 시민 장례위원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빈소에서는 매일 오후 7시 추모회가 진행된다.

발인은 다음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장례위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오전 8시30분 서울광장에서 일본대사관으로 추모 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후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김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다.

장지는 충남 천안시 망향의동산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