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운명의 날'…전직 사법수장 구속위기
양승태 '운명의 날'…전직 사법수장 구속위기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1.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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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출신 25년 후배 판사가 심리…치열한 공방 예상
23일 자정 넘겨 결정날 듯…박병대도 같은 날 심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갈림길에 선다. 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 사법부 수장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사 출신의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다. 그는 지난해 9월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인물이지만, 지난달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따라서 명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주목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가 열리기 10~20분 일찍 법원에 출석해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곧장 법정으로 향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범죄 혐의는 4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이다.

특히 검찰은 이 가운데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인인 전범 기업 측 변호인을 수차례 만나는 등 그가 의혹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집중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에서 변호인과 함께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각종 사법농단과 관련해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실무진이 한 일' 등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하고, 이를 모두 다투고 있는 만큼 심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심사가 끝난 뒤 서면 심리를 거쳐 이날 밤늦게 또는 다음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심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이동해 영장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의자 인치 장소는 법원이 심사 후 결정하는데 통상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 농단 의혹에서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박병대 전 대법관도 이날 구속 심판대에 선다. 박 전 대법관도 영장심사를 마친 후 서울구치소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