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포트폴리오 다시짠다
대기업 포트폴리오 다시짠다
  • 김오윤 기자
  • 승인 2008.11.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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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가시화, 그룹은 변신중 ‘합치고, 쪼개고’
삼성, 쪼개고 합쳐 수익 도모…살얼음판 경영 LG, 아웃소싱·계열사 합병…비용절감·시너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본격적인 사업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조직 재정비로 업무 효율성을 높여 경기불황을 돌파해 나가려는 조치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사업 통폐합·분할과 조직개편은 오는 12월 기업들의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작업과 맞물려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CEO, “선택과 집중”이 필수전략 국내 기업들은 사업 구조조정을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번지면서 돈 되는 사업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최근 열린 해외법인판매전략회의에서 “환율이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점을 판매 확대에 적극 활용해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LG전자 남용 부회장도 “고수익 사업구조로 가다듬는 사업구조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감한 사업철수를 비롯해 중국 등 제조단가가 낮은 나라로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각 기업의 수장들이 위기 대처방안으로 한결같이 ‘수익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명예’보다 ‘실속’…통합·분할 등 잇따라 기업들은 사업구조조정과 더불어 불황기를 대비해 사업내용 재편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황의 법칙’에 따른 20나노 양산화 기술개발을 보류하는 대신 용량만 128Gb로 늘린 신기술을 발표했다.

치열한 반도체시장 경쟁 속에서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명예’보다 수익성을 극대화해 후발주자를 확실히 따돌릴 수 있는 ‘실속’을 챙긴 것이다.

또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상호 사업 연관성이 적은 카메라 사업 부문과 정밀기계상 부문을 분할키로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벌여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통합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신설법인을 출범시킨 바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부품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자동차 모듈 사업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겨냥해 전장부품을 생산해온 현대오토넷을 현대모비스에 합병시킨 게 단적인 예다.

현대모비스는 또 계열사인 현대로템으로부터 하이브리드카 부품제조 사업을 양도받아 하이브리드카 핵심 부품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LG그룹 역시 연구 개발(R&D) 및 마케팅 시너지(결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자 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PDP사업 부진으로 PDP모듈 사업 적자가 이어지자 경북 구미에 있는 PDP모듈 생산라인(A1)을 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 중인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밖에 SK는 내년께 지주회사인 SK㈜의 생명과학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 사업재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도 최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디지털 음악사업인 멜론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분사(分社)하기로 결정했다.

◇“조만간 칼바람 불 것…” 사업구조조정에 이어 인적구조조정도 조만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조만간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인적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사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25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32.7%가 “인력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 중소 업체 관계자는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들을 일부러 붙잡지는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