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왕조(王朝)의 꿈' 현대건설] ① 힘 빠진 인프라·플랜트…주택의 위기
[잊혀진 '왕조(王朝)의 꿈' 현대건설] ① 힘 빠진 인프라·플랜트…주택의 위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1.08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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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축부문 성장에도 '전체 매출은 하향세'
정수현 前 사장, ‘재점화’ 메시지 남기고 떠나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전경.(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전경.(사진=신아일보DB)

6년여 시간 현대건설을 이끌어왔던 정수현 전 사장이 Recover(회복), Redesign(리디자인), Relight(재점화)라는 의미심장한 키워드를 남기고 떠났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담긴 속 뜻은 무엇일까? 현대라는 거대 그룹을 대표했던 현대건설은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꿈과 함께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에 서 왔다. 이 같은 적통(嫡統)을 계승하고 싶었던 현대차그룹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결국 현대건설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키우겠다던 그들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창립 70주년을 넘어 100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 선 현대건설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오너 2·3세의 욕심을 채워 줄 그럴듯한 재물로 전락할지 주목된다.<편집자주>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이 새해 시작 그리고 그의 6년여 사장임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라도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몇 년 인프라·플랜트 분야에서 고전하면서, 장기간 이어져온 매출 성장을 마감했다. 나홀로 상승세를 보였던 주택사업 마저 만만찮은 상황을 맞게 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수현 전 사장은 8일부로 박동욱 신임 사장에게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줬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2018년도 시무식을 통해 "올해 사업목표 달성에 집중해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라도 살려 힘찬 재점화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Relight(재점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 전 사장이 느끼는 위기감을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로 표현한 이유는 최근 몇 년 현대건설의 성적표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18조7445억원으로 전년 19조1221억원 대비 2.0% 줄었다.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던 매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작년의 경우에도 현재 집계가 완료된 3분기까지 실적이 2016년 동기 매출 13조5142억원 보다 6.8% 줄어든 12조5906억원에 그쳤다.

현대건설의 최근 매출 하락은 인프라 및 플랜트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인프라·환경 부문 매출은 2015년 3조5701억원에서 2016년 3조2568억원으로 8.8% 줄었고, 플랜트·전력 부문 매출은 8조3209억원에서 7조5103억원으로 9.7%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까지 이어져 작년 3분기 인프라·환경 부문과 플랜트·전력 부문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9%와 22.5%씩 줄었다.

그나마 증가한 것은 건축·주택 부문으로 2016년 매출이 전년 대비 11.5% 늘었고,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16.5%나 증가했다.

이는 연결기준에 따라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을 합산한 수치로,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따로 분류해 계산할 경우 2016년 주택·건축부문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25.8%나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자연히 주택·건축부문이 현대건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을 제외하고 봤을 때 현대건설 매출 중 주택·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0년 31.9%에서 2012년 28.9%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 38.7%로 껑충 뛰어 올랐다. 최근 몇 년 국내 건설업계 전반에서 나타난 주택사업 의존 현상이 현대건설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택 과다공급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마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사장이 언급한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는 이 같은 시점에서 현대건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심상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도별 현대건설 연결기준 매출현황(단위:억원).(자료=현대건설)
연도별 현대건설 연결기준 매출현황(단위:억원).(자료=현대건설)

한편, 현대건설은 전체 매출 감소와 높아진 주택사업 의존도가 국·내외 건설산업의 큰 흐름 속에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 하나만 놓고 보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실적 하향이 일어난 것이 맞지만 타 건설사와 비교해 보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7조5000억원이던 국내 민간·공공건설수주액은 2015년 158조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지만, 2016년에는 전년 대비 4.4% 늘어난 164조9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2014년 전체 민간건설 수주액에서 53.7%를 차지하던 주택부문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55.2%와 57.0%로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연간 해외건설수주 규모는 2015년 461억달러로 줄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282억달러와 29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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