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의료기구 '관리 사각지대' 없애야
동물 의료기구 '관리 사각지대' 없애야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7.10.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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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수술도구 멸균시스템 
가스 멸균기, 현장 실태조사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반려동물이 복막염 등 수술 합병증으로 죽는 경우가 있다. 일부 수의사들은 이러한 의료사고로 소송까지 내몰리곤 한다.

전문가들은 동물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수술도구에 대한 멸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와 관련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람의 경우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이라는 규제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처치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에 대한 관리가 까다롭게 이뤄진다.

반면 동물보호법이나 수의법에는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나 물품에 대한 소독 지침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동물병원에서 구비해야하는 멸균시스템은 크게 스텐류 기구를 멸균 소독하는 '오토클레이브'와 ‘에틸렌옥사이드 가스(E.O.Gas) 멸균기‘ 두 가지로 나뉜다.

오토클레이브는 고온·고압으로 스텐류 의료도구를, 고무, 플라스틱 성분 기구들, 내시경, 수술기구 등과 같이 세밀하고 손상을 입기 쉬운 제품을 소독하는 데는 E.O.Gas 멸균기가 주로 쓰인다. 동물들을 수출하려는 병원에서는 이 두가지 제품을 모두 갖춰야 한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를 갖추고 있는 동네 동물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대형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 김 모씨(36)는 "작은 개인 동물병원에서는 오토클레이브와 E.O.Gas 멸균기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곳도 종종 있다"며 "자외선 소독기와 알코올로 대신 소독하는 이런 병원의 경우 중성화 수술 이상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 규모가 있는 동물병원은 기본적으로 오토클레이브까지는 갖추고 있지만 E.O.Gas 멸균기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E.O.Gas 취급과 관련한 규제가 병원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이 가스는 에틸렌 클로로 하이드린과 수산화 칼륨으로 만들어진 무색의 기체로, 발암물질 1급으로 지정돼 있다. 고농도 E.O.Gas에 노출될 경우 폐수종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 가스를 취급하는 사람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등 엄격한 안전수칙 준수와 주의가 필요하다. 

또 별도의 배기 시스템을 갖추도록 권고하지만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이 드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동물병원 스텝들이 상시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E.O.Gas 멸균기 대신 과산화수소수를 통해 저온에서 멸균하는 '플라즈마 방식'의 멸균제품을 선택하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관련 제품은 모든 수술 도구의 멸균이 가능하고 위험한 가스를 쓰지 않아도 돼 안전성과 편의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최낙현 서연메디시스 대표는 "E.O.Gas 멸균기는 동물병원뿐 아니라 외과, 치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등 세밀한 기구와 다공성 물질의 멸균소독에 이용되지만 모든 병원에서 인체에 유해한 잔류 가스 취급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인 상황"이라며 "인체는 물론 동물의 생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견희 기자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