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검찰 조사서 혐의 전면 부인… "내가 뭐라고"
최순실 검찰 조사서 혐의 전면 부인… "내가 뭐라고"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11.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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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업 상대 기금 강요 진술 확보… 내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
▲ 긴급체포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1일 오전 검찰 조사를 계속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실세'·'국정농단' 논란의 장본인으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최순실 씨가 자신이 실세가 아니라고 항변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뭐라고…"라면서 자신은 '비선 실세'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긴급 체포한 최 씨에 대해 재단 형성 과정에서 개입 여부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제 모금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제 모금'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과 관련, 함께 의혹 대상자로 거명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단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동시에 자신이 막후에서 정부 주요 정책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최씨의 모습은 전날 검찰 출석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상반된다.

최씨의 법률대리인 역시 "최 씨가 출석 과정에서 사과한 것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긴급 체포를 감행한 만큼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최 씨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재단 기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롯데그룹 측 고위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내는 과정에 최씨 측의 강요성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에 28억원, 롯데면세점을 통해 K스포츠에 17억원 등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K스포츠 측은 롯데에 직접 추가 출연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 롯데 관계자와 만나 일부 관계자들과 사안을 논의했다.

관련 인물들은 재단의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나 박모 과장,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K'의 이사 직함을 가진 최측근 고영태씨였다. 박 과장도 더블루K 한국법인 사무실을 오가며 재단 운영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 측 인물이다.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재단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 추가 모금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확인했다는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결국, 롯데그룹은 70억원을 더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5월 송금했다.

이 70억원은 명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롯데 쪽에 반환됐는데, 한 재단 관계자는 이 또한 최씨의 지시였다고 언론에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시점은 검찰이 롯데그룹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으로, 재단 측이 기업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하자 뒤탈을 우려해 얼른 돌려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K스포츠재단에서 80억원 출연 요구를 받았던 SK그룹도 대관 담당 전무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SK 박모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80억원 출연 제의를 받은 게 사실이며, SK 측이 거절하고 다른 액수를 제안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재단 측이 대기업에 돈을 요구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날 재단 관련 의혹을 주로 수사하는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았다.

2일에는 또 다른 핵심인물로 꼽히는 안종범 전 수석도 소환된다. 롯데와 SK 외에 삼성 등 재단에 금전적 도움을 준 다른 대기업 관계자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체포 시한이 끝나는 2일 오후 늦게 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