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청춘스타 ‘김상경·신하균’ 물오른 코미디
한때 청춘스타 ‘김상경·신하균’ 물오른 코미디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12.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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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미스터백’ 등… 특유의 허당·괴팍 캐릭터로 웃음보 선사
 

김상경(42)과 신하균(40)이 나란히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물오른 코믹 연기로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다. 특히 두 배우 모두 한때는 ‘청춘스타’로 군림했으나 이제는 어느덧 ‘아저씨’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됐고, 그만큼 외모도 변했다는 점에서 비교의 재미가 있다. 나란히 1998년 데뷔해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새 불혹을 넘긴 김상경과 신하균은, 40대라 서글픈게 아니라 40대라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연기를 하며 팬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 ‘경찰특공대’ 김상경이 살집 두툼한 문태주 상무로

지난달 30일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 중인 KBS 2TV ‘가족끼리 왜이래’는 코미디에 방점이 찍힌 연속극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혀 섹시하거나 멋있지 않은 재벌 2세 문태주 상무가 놓여있다.

대개 ‘실장님’ ‘본부장님’ 등으로 불리는 드라마 속 재벌 2세는 근사한 훈남의 모습이고 대체로 총각인 젊은 배우가 연기한다. 그런데 웬걸, 문태주 상무는 살집이 두툼한 아저씨 체형에다가 하는 짓도 유치하다. ‘까칠’해서 오히려 매력적인 ‘나쁜 남자’ 형과도 거리가 먼 문 상무는 처음 보면 성질 못된 완벽주의자 같지만 알고 보면 공부만 잘했지 인간관계는 영 숙맥인 허당 캐릭터다.

김상경은 그런 문태주를 능청스럽도록 귀엽게 연기하면서 매회 큰 웃음을 전해준다. 놀라면 커다란 엉덩이는 어쩌지 못하고 머리만 모래 속으로 처박는 ‘바보’ 타조처럼 문태주는 매번 속이 뻔히 노출되고 몰래 한다고 하는 행동을 들킨다. 아이큐가 높아 멘사 회원이라지만 하는 짓은 유치원생이 따로 없는 것.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문태주가 차강심(김현준 분)과 술을 마시다 취해 혀 꼬부라진 채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폭소를 자아냈다. 마치 아줌마 같았다.

김상경의 이러한 코믹 연기는 홍상수 감독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추며 쌓은 내공 덕분. ‘생활의 발견’, ‘극장전’ ‘하하하’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완전히 체화하는 데 성공한 그는 현실에서 실제로 ‘아저씨’ 대열에 접어든 것과 맞물려 ‘김상경 표 코미디’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라마를 통해 그런 내공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상경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절대 아니다. 1998년 드라마 ‘애드버킷’으로 데뷔해 ‘초대’, ‘경찰특공대’, ‘인간시장’ 등을 거치면서 그는 몸매 다부지고 건강한 매력을 뿜어냈던 청춘이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화려한 휴가’를 찍을 때까지도 그런 모습은 유지됐다.

하지만 그사이 아빠가 되고 마흔을 넘어선 김상경은 이제 더이상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혈안이 된 혈기방장한 총각이 아니라,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처럼 딸을 위해 뭐든 해야하는 나이가 됐다. 그런데 지금의 그가 펼치는 ‘찌질하고 소심한 남자’의 코믹 연기가 압권인 것이다. 멋진 청춘스타는 간데없지만 코미디가 되는 김상경을 과거로 되돌리고 싶지는 않은 이유다.

◇ ‘공동경비구역 JSA’의 신하균이 괴팍한 최고봉 영감으로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정우진도 일찌감치 사라졌다. 아직 풋내가 얼굴 가득하고 순수함으로 무장했던 정우진은 14년 뒤 괴팍하고 가부장적이며 수전노인 70세 노인 최고봉 영감으로 변했다. 격세지감이다. 그런데 웃긴다. 그래서 반갑다.

MBC TV 수목극 ‘미스터 백’에서 신하균은 70세 최고봉 영감과 어느날 갑자기 외모만 34세로 변한 최신형의 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둘이 한 인물이니 1인2역은 아니지만, 난데없이 신체만 젊어지면서 몸 따로 머리 따로 노는 캐릭터인 탓에 최신형을 연기하는 게 녹록지는 않다. 그런 인물을 맡아 신하균은 자유자재로 화면을 뛰어다닌다.

재벌이지만 노인이라 ‘까칠한 매력’의 청년이 아니라 심술 맞고 못된 영감을 신하균은 강약을 조절하는 성격 연기와 슬랩스틱 코미디를 뒤섞어 말 그대로 재미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잔주름이 살아있는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 짜증과 귀찮음, 허세를 표현해내고 매사 이죽거리고 잘난척 하는 게 그 맛이 살아있다. 특히 비서 역할의 이문식과 펼치는 ‘쿵짝’은 배꼽을 잡는다.

그는 지난달 26일 개봉한 코믹영화 ‘빅매치’에서도 천재 사이코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쳤다. 편집증이 있고 광적인 사이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신하균은 이번에도 개성 강한 역할을 제대로 살리면서 그 속에서 웃음을 유발해냈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신하균은 ‘공동경비구역 JSA’,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서프라이즈’, ‘지구를 지켜라’, ‘화성으로 간 사나이’, ‘웰컴 투 동막골’ 등을 통해 청춘스타로 인기를 모았다. 얼굴 가득 짓는 순박하고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랬던 그는 이후 ‘더 게임’, ‘고지전’, ‘런닝맨’ 등의 작품을 거치면서 순수함을 걷어내고 본격적으로 성격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의 그러한 변화는 안방극장으로도 옮겨져 그는 2011년 드라마 ‘브레인’에서 ‘못돼 처먹은’ 천재형 의사 이강훈을 멋지게 연기하며 그해 K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어 출연한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는 까칠함에 귀여움을 가미한 캐릭터를 완성시키더니 이번 ‘미스터 백’에서 다시 한 번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신하균이 이렇게 웃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순수남에서 괴팍남으로 변신한 신하균의 오늘은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