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기\'김용수씨 기소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기\'김용수씨 기소
  • 신아일보
  • 승인 2007.1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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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사기등 혐의로
고(故) 이중섭·박수근 화백 위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부장 변찬우)는 14일 두 화백의 위작을 유통한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씨(68)를 사기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5년 2∼3월 ‘물고기와 아이', ‘두 아이와 개구리', ‘사슴' 등 작품 8점을 이 화백의 작품이라고 속여 모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매물로 내놓은 뒤 이 가운데 5점을 팔아 9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김씨는 특히 잘못 인쇄된 화집을 복제해 누가 봐도 위작인 ‘물고기와 아이'를 3억1000만원이나 받고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소장하고 있던 이 작품은 1997년 서귀포미술관 개관 기념화집에 제작상 실수로 좌우가 반전되게 인쇄된 도상을 복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또 이른바 ‘이중섭·박수근 화백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를 설립한 뒤 2004년 11월 모 방송사를 상대로 “미발표작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해 계약금 5억원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사기 미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2005년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 감정위원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제기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던 점과 관련해서도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아울러 김씨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위작으로 판정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감정위원들을 허위로 형사 고소했던 혐의(무고)도 범죄 사실에 포함했다.
김씨는 2004년 12월 일본에서 모 방송국 이사 유모씨 등에게 제시한 이중섭 위작 12점을 포함해 총 166점의 위작에 두 화가의 위조된 서명을 기재한 혐의(위조사서명 행사)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의 아들 태원씨에 대해서도 위조 증거 사용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감정단의 의견을 비롯해 두 화백이 사망한 뒤인 1960년대에 개발된 ‘펄' 물감이 사용된 점 등을 따져 김씨가 소장했던 2834점의 그림이 모두 위작이라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특히 위작 시비가 붙은 작품 가운데 19점에 대해서는 50여년 전 여중생이 그린 그림에 덧칠하는 방법으로 복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감정을 통해 위작자가 누구인지 집중 조사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여전히 “작품들은 1970년대 인사동에서 구입한 진품"이라 주장하고 있어 위작자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또 위작자를 밝혀낸다고 해도 공소시효(5년)를 완성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법원에 몰수 구형을 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몰수 판결이 내려지면 위작들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술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위작 감정이 의미를 지닌다고 보고 전시회를 열거나 이중섭 기념관 등에 전시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몰수 판결이 나오면 처분 방식을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중섭, 박수근, 겸제 정선, 운보 김기창, 청전 이상범의 그림 64점을 추가로 확보하고 진품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 화백의 아들 태성씨가 김 고문의 사기 행각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태성씨에 대해서는 사기,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태성씨는 2005년 1월 말 김씨에게 “아버지 묘지 이장 비용이 필요한데 소장한 그림을 주면 팔아서 이장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위작 10점을 건네 받았으며 이 그림들이 ‘문제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