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실적 뚝, 500대 기업 영업익 26%↓…'반도체 한파'
삼성·SK 실적 뚝, 500대 기업 영업익 26%↓…'반도체 한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03.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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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코어, 500대기업 2023년 실적분석
IT전기전자 영업익 89%↓, 자동차 55%↑
500대 기업 주요 업종별 영업이익 변화.[이미지=CEO스코어]
500대 기업 주요 업종별 영업이익 변화.[이미지=CEO스코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줄면서 전체적인 하락세를 주도했다.

2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이달 25일까지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4개사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506조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543조6015억원)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감소폭이 더 컸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04조7081억원으로 전년대비 25.8% 축소됐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18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익은 6조5203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해 TV, 생활가전 등의 판매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영업이익 감소폭도 컸다. 2022년 23조7755억원에 달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익은 지난해 11조897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도 65.3% 넘게 줄어든 5조8873억원에 그쳤다.

이 외 △철강 1조6115억원(41.6%↓) △건설·건자재 1조1554억원(15.9%↓) △제약 1조876억원(42.6%↓) 등의 업종에서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반면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공기업의 영업적자는 2022년까지만 해도 30조465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조4741억원으로 손실폭을 줄였다. 한국전력(한전) 등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자동차·부품의 영업익은 34조2067억원으로 전년대비 55% 확대됐다.

또한 조선·기계·설비 부문 영업이익도 1조5782억원에서 6조5707억원으로 316.3% 급증했다. 이어 유통 1205억원(5.2%↑), 통신 176억원(0.4%↑) 등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전년대비 84.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도 두 번째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조8094억원의 영업 흑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큰 호황을 누렸던 HMM도 지난해 영업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2022년 9조9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MM은 1년 새 94.1%(9조3668억원)나 급감한 5848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외에도 △GS칼텍스 2조2957억원(57.7%↓) △SK에너지 2조1916억원(84.3%↓) △HD현대오일뱅크 2조1731억원(77.9%↓) △S-Oil 2조506억원(60.2%↓) △SD바이오센서 1조3947억원(적자전환) △대한항공 1조405억원(36.8%↓) 등이 1조원 이상 영업익이 감소했다.

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한전은 영업 적자 규모를 2022년 32조6552억원에서 지난해 4조5416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1년 동안 적자 폭을 28조1136억원이나 축소시킨 것이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재무 위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4%(5조3071억원) 늘어난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60.5%(4조3748억원) 증가한 11조6079억원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두 기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은 26조7348억원으로, 삼성전자(6조5670억원)의 4배를 웃돌았다.

또한 △한화오션 1조4171억원(적자축소) △삼성중공업 1조877억원(흑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 9495억원(78.2%↑) △지역난방공사 7186억원(흑자전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6221억원(88.1%↑) 등이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의 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액은 647조4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10조3625억원)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4조9251억원으로 같은 기간 128.6% 늘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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