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3주 앞두고 제2의 당정 갈등 조짐이 나타나며 국민의힘이 총선 최대 악재에 직면했다.

당정이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한데다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도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당정갈등'이 2라운드에 돌입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이종섭 조기 귀국·황상무 거취 결단 등을 요구하는 당의 요구에 대통령실이 수용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을 그은 대통령실을 향해 두 인사의 거취에 결단을 재차 압박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들이 소모적 정쟁으로 총선 앞 다른 이슈보다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대사를 소환하기 전이라도 입국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말한 것에 다 들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당내 여론 역시 "(이 전 장관이) 당장이라도 귀국해서 조사받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좋다"(안철수 의원), "이종섭·황상무 두 사람의 자발적인 사퇴가 필요하다"(윤희숙 서울 중·성동갑 후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대중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윤상현 의원) 등 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한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다만 대통령실은 전날 앞서 한 위원장 발언에 대해 즉각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과 달리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당정갈등 비화를 우려, 잠시 숨 고르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2차 당정갈등'을 두고 "대통령실이 이에 대해 또다시 입장을 낸다면 소위 분열양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야무야 결론 없이 갈 가능성이 크다"며 "부담감을 느낀 황 수석이나 이 전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모양새가 가장 좋지만, 이 전 장관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당정 간 갈등은 비례대표 공천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핵심 친윤계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고 지적하며 "바로잡기 바란다"고 지도부에 공개 촉구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저희가 비상대책위원회에 박은식·김경율·한지아 등 호남 출신의 유능한 사람을 많이 기용했다"며 "비례 명단에도 아까 제가 잠깐 보고 받은 걸로 봐서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상당히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시스템에 따라 공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새로운 문제제기가 있으면 추가로 (재검토도) 절차에 따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재검토 여지는 남겼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호남 배려는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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