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남긴 것
[기고]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남긴 것
  • 신아일보
  • 승인 2024.02.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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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난 21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를 폐지했다. 

참고로 전매 제한은 특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규제이고 실거주 의무는 강제적으로 입주 가능일로부터 90일 안에 2년에서 5년 의무 거주기간 동안 강제로 거주해야 하는 규제로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제는 전매 제한은 시행령 개정으로 쉽게 처리했지만 실거주 의무는 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투기 조장 우려로 반대하는 야당 목소리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는 패키지 규제로 둘 중 하나만 폐지가 돼서는 의미가 없다. 전매는 할 수 있지만 실거주 의무를 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매매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아 발목이 잡힌 77개 단지, 4만9766가구의 원망의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는지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카드가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다.

2023년 1년 동안 협의하고 보완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시간을 다 낭비해 버려놓고 이제 와서 급하니까 3년 유예를 하겠다는 무책임의 끝판왕을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3년 유예는 최초 입주 가능한 시점에 바로 입주하지 않아도 되지만 3년 지나고 90일 이내 입주해야 하니까 실질적으로는 3년 이내 입주해야 한다. 당장 입주하기 어려운 수분양자들은 전세 계약을 맺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할 수 있으니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실거주하려면 내가 살던 집을 매매하거나 전세를 주고 입주를 해야 하는 현실 여건을 생각하면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됐다고 전세매물 총량이 늘어나지는 않아 전체 전세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 단지나 대규모 입주 물량이 나오는 지역의 전세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3년이라는 어중간한 기간이다. 2년 거주한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고 계약갱신 청구를 했을 때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로 인해 거주해야 한다며 거절하면 정당한 거절 사유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2년 거주 후 2년 더 연장해서 살고 있는데 3년 차에 집주인이 갑자기 3년 유예가 끝나서 지금 입주해야 한다고 전세 계약을 해지하자고 하면 미리 거절하지 않은 집주인 과실로 세입자는 2년 연장 기간이 끝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아마 2~3년 후 이런 분쟁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국회 때문에 애꿎은 집주인과 세입자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앞으로 신규입주를 하는 새 아파트 단지에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대상인지 미리 체크해서 전세 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해 두는 것이 좋겠다. 계약 당시에 거주 의무나 의사가 없다고 했는데 2년 후 거주하겠다고 갱신을 거절하면 진정성이 훼손돼 집주인의 거절 효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누더기가 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폐지하던 3년이 아닌 4년으로 연장을 하던 빠른 시일 내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겠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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