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국토부 장관 '원희룡'…말처럼 쉽지 않았던 '집값 안정'
윤 정부 첫 국토부 장관 '원희룡'…말처럼 쉽지 않았던 '집값 안정'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2.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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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 전 부처 개각 대상 1순위 거론…정치 복귀 초읽기
직전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 두고 '폭등·실패'라는 표현으로 비판
가격 급등락 경계하며 하향 안정 추구했지만 '급락 후 회복' 경험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정보 사무실 상담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국토부)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정보 사무실 상담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국토부)

윤석열 정부 첫 국토부 장관 '원희룡'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각 대상 장관 1순위로 거론된다. 원 장관은 직전 문재인 정부를 '집값 폭등', '주택 정책 실패'라는 표현으로 비판했지만 그에게도 '집값 안정'이란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았다. 원 장관이 추구한 건 '집값 하향 안정'이었지만 윤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반 우리 주택 시장은 가격 급락 후 회복을 경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3일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경북 구미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 출마에 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큰 책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입주 예정자 간담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출마 가능성 질문에 "국정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통합과 외연 확장에 보다 절박감을 가지고 길을 열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선거에서의 구체적 계획이나 역할을 얘기하기보다는 이런 큰 뜻에서 어떻게 구체화할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희룡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에게 "원희룡 장관은 이재명 대표 나오는 곳으로 가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하고 계셔서 아마 그렇게 하실 것 같고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원희룡 장관의 내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부처 개각을 시사한 적이 있는 만큼 원 장관이 국토부를 떠날 날도 머잖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개편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국 주택 종합 매매·전세·월세 가격 추이. (자료=부동산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국 주택 종합 매매·전세·월세 가격 추이. (자료=부동산원)

◇ 전국 주택 매매가 8% 하락

2022년 5월1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취임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의 목표는 '주거 안정'과 '미래 혁신'이다"며 "국토부의 열정적인 공직자들과 함께 모든 것을 바쳐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이 말한 주거 안정을 이루는 요소를 들여다보면 첫째가 '집값 안정'이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주택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88.6이던 월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22년 5월 104.8로 18%가량 올랐다. 수도권이 27% 올랐고 지방권이 11% 가까이 상승했다. 그 전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3년 2월(82.7)부터 2017년 3월(88.4)까지 전국 지수 상승률이 7% 수준임을 고려하면 오름 폭이 꽤 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원희룡 장관이 취임한 후 지난 10월까지 17개월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8% 하락했다. 수도권이 10% 가까이 내렸고 지방권이 7% 가깝게 하락했다. 전국 기준으로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3개월 연속 집값이 하락한 뒤 올해 7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희룡 장관이 말하는 집값 안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급등락하지 않는 하향 안정'이다.  

그는 취임 후 110여 일이 지난 작년 9월4일 전국 주택 매매가 지수가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집값이 여전히 비싸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서 원 장관은 "전체 흐름에서는 조금 더 하향 안정이 안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 "상승기든 하락기든 지나치게 급등락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당국자가 와서 정책 발표하면 가격 들었다 놨다 하고 이런 게 지난 정권에서도 가장 실패했던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4일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국토부는 이날 당정협의에 따라 청년층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자 1년간 청약 통장에 가입하면 2%대 저리 대출을 생애 3단계에 걸쳐 추가 우대하기로 했다. (사진=국토부)
원희룡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4일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했다. 국토부는 이날 당정협의에 따라 청년층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자 1년간 청약 통장에 가입하면 2%대 저리 대출을 생애 3단계에 걸쳐 추가 우대하기로 했다. (사진=국토부)

◇ '안정'과 거리 먼 '급락' 인정

원희룡 장관은 지난 정부 때 발생한 집값 급등을 비판했지만 윤 정부에선 반대로 집값 급락을 경험했다. 윤 정부 출범 직후 찾아온 집값 연속 하락기인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3개월간 전국 집값은 9% 가까이 내렸고 수도권 집값은 11% 가까이 하락했다. 작년 12월에는 전국 집값이 한 달간 2%나 내리기도 했다. 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전국 주택 종합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집계한 이래 월간 최대 하락 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4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을 통해 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가격 하락기 15개월간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가 24.7% 하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장관은 삼프로TV에 출연해 집값 급등락과 정책 실패를 연관 지어 얘기한 뒤 약 1년이 지난 올해 9월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 정부에서 집값 급락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집값은 지난 정부 시기에 과도하게 올랐다고 본다"며 "그게 단기간에 급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당시에는 전국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건설·부동산 전문 연구기관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주택 시장에 대해서도 아직 '안정'이라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지난달 21일 공개한 '2024년 주택 시장 전망' 자료에서 2023년 주택 시장에 대해 '수요 급락과 경착륙 위험'이라고 총평했다. 거시 경제 변화 속에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자금 시장 경색에 따라 미분양 증가 등 어려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건정연의 2023년 우리나라 주택 시장 평가 요약. (자료=건정연)
건정연의 2023년 국내 주택 시장 평가 요약. (자료=건정연)

◇ 누구에게나 핑계는 있다

주택 시장에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 등 정부가 조절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지난 단기 급락 상황을 단순히 정책 실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 장관이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휘둘린 건 마찬가지다. 문 정부 때 월간 전국 주택 매매가가 연속 상승한 2019년 9월부터 2022년 5월은 코로나19 범유행이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다. 한국은행은 연 1.25%던 기준금리를 2020년 3월 연 0.75%로 낮춘 데 이어 같은 해 5월 연 0.50%로 추가 인하했다.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낮췄고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린 시기였다.

최근 윤 정부 주택 시장을 평가할 때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금리다. 지금은 문 정부 때와 반대로 높은 기준금리에 따른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산연은 내년 주택·부동산 경기를 전망하면서 주요 변수 중 첫 번째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데 따른 '주요국 금리 인상 압력 확대'를 꼽았다. 

김성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2024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되고 고금리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택 시장이 다시금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