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쉰들러, 현정은 넘으면 안되는 5가지 이유
[데스크칼럼] 쉰들러, 현정은 넘으면 안되는 5가지 이유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08.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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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전신인 현대그룹 회장이다. 또한 정주영 회장의 5남 고 정몽헌 회장의 아내다. 그는 2003년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의 타계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갑자기 현대그룹을 이끌게 됐다. 그럼에도 ‘현다르크(현정은+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영갈등과 경영난을 이겨내며 현대그룹을 일으킨 뚝심경영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현 회장의 사재출연, 현대상선 자산매각, 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 과감하고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국내 승강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핵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축으로 ‘원조 현대’ 재건에 기대가 모아졌다. 재계에선 정몽헌 회장 20주기인 2023년 8월4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 4일 현대그룹은 임직원 7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추모행사로 마무리됐다. 미래 공격적인 발언은 아예 없었다.

이유는 있었다. 바로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쉰들러)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업계 2위인 스위스 쉰들러가 최근 저돌적으로 야욕(?)을 보이며 경영권을 노리는 모양새다.

사실 쉰들러와의 악연은 20여년간 계속 이어져 왔지만 최근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시장에 팔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쉰들러는 200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시숙부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며 현 회장을 지원했다. 하지만 분쟁이 끝난 뒤엔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했다.

이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확보를 통해 국내 승강기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한국은 승강기 수요가 많은 손가락에 꼽히는 매력적인 국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시장 설치 점유율 40%로 1위다. 반면 쉰들러의 한국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즉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가져가면 단숨에 국내 1위는 물론 세계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마지막 자존심인 만큼 현 회장 입장에선 꼭 지켜내야만 한다.

그러나 단순히 현 회장의 위기 타파와 기업경영권 다툼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그 이유는 5가지다.

첫째,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인이 될 경우 국내 승강기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 현대엘리베이터마저 철수하면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승강기 업체는 없어진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값싼 중국 부품을 들여올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렇게 될 경우 무엇보다 국민 안전이 문제다. 이경우 신속한 A/S도 불가능해 인재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토종 승강기 기업이 사라진 만큼 경쟁력이 없어져 이는 곧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

셋째, 현대엘리베이터 개미(일반투자자)들 피해도 우려된다. 1대 주주(오너)를 흔들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에서 불안요소가 가득해진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먹튀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

넷째,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또다른 피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외국자본이 불필요한 분쟁을 계속 만들어 기업의 운영을 방해하고 이 과정에서 경영권 쟁탈 및 시세차익만 챙기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다섯째, 대한민국 경제산업계 1세대 정주영 회장 전신 그룹의 명예 회복이다. 정주영 회장이 세운 현대그룹 사명을 그대로 쓰는 기업을 외국자본에 빼앗겨서는 안된다. 한국기업의 자존심 문제다.

현 회장은 지난 4일 정몽헌 20주기 남편 앞에서 다짐했을 것이다. 경영권 방어 마지막 히든카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 배수진을 치겠다고.

이젠 한국 정부도 기업 문제라고 손을 놓고 있을게 아니다. ‘쉰들러가 현대그룹 1대 주주가 되면 안되는 5가지 이유’를 꼼꼼히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쉰들러의 시장교란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지켜봐야 한다. 더 이상 외국자본이 한국기업과 한국경제의 숨통을 죄고 흔들게 해서는 안된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