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②]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다르크 리더십, 내년 '재건'
[원더우먼②]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다르크 리더십, 내년 '재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7.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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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경영 통해 정몽헌 20주기 될 내년 '부활'
2030년 매출·해외사업·글로벌 '트리플5' 달성

현대아산, 경영방향키 건설 돌려 성장 가속화
현대무벡스, 미래성장성 바탕 그룹 부활 '중심'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언했다. 실제 최근 경제‧산업계에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남성의 강력한 카리스마 경영이 아닌 협업을 중시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기업 경영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경제인은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드높였다. <신아일보>는 여성기업인들에게 경영능력을 전수 받기로 했다. 연중기획 ‘원더우먼’ 코너를 마련, 경제계 전체에 전파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여성CEO를 조명하고 그들의 유연한 경영능력을 습득하는 시간이다./ <편집자 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혁신의 새 시대를 연다. 혁신은 2023년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를 앞두고 ‘원조 현대’의 부활을 알리며 시작됐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 대표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오는 2030년 글로벌 톱티어(Top-Tier) 도약을 제시하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오는 2030년 현대엘리베이터를 매출 5조원, 해외사업비중 50%, 글로벌 톱5 등 ‘트리플(Triple)5’ 달성에 나선다. 매출 목표만 놓고 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 약 2조원 기준 대비 2배 이상 성장이다.

현 회장은 목표 달성의 발판 마련을 위해 198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공장을 충주시로 이전시켰다. 공장 이전으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생산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의 타계로 갑자기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현대그룹을 이끌며 경영 공백을 메웠다. 이후 그는 2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며 ‘현다르크(현정은+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뚝심 경영을 이어왔다.

특히 그는 한 번 내린 결정에 뒤돌아보지 않는 등 특유의 강단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현 회장은 이러한 경영 스타일을 바탕으로 대북관계 악화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 그룹 유동성 위기 등 많은 고비에도 그룹의 중심을 잡았다. 현 회장은 현재 그룹 혁신을 외친다. 그는 혁신으로 지금까지 위기를 넘어 새 시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단순히 건물의 층간 이동 수단을 뛰어넘어 미래의 꿈을 현실화하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혁신을 위한 준비는 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내 스마트 팩토리, 연구·개발(R&D) 센터, 물류센터에는 산업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자동화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또 기존 공장 대비 연간 생산능력 25%(2만5000대), 1인당 생산성 38%(4.8대→6.6대) 향상시켜 원가경쟁력 상승을 노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5000대 규모로 생산 능력을 추가 확대한다.

현 회장의 혁신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넘어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현대아산, 현대무벡스까지 함께한다.

현대그룹 주요 3사 실적 추이(위)와 주가 변화(아래). [그래프=김다인 기자]
현대그룹 주요 3사 실적 추이(위)와 주가 변화(아래). [그래프=김다인 기자]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주력으로 한 현대아산의 변화도 이미 시작됐다. 건설 사업으로 무게 추를 옮기며 현대엘리베이터와 동행한다. 남북관계가 윤석열 정부 들어 냉랭해져 변화 모색의 계기가 더욱 확실해졌다.

현대아산 사업은 관광경협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 1999년 창립된 현대아산은 2002년 경의선·동해선 남북 철도 등 공사와 2003년 개성공업지구 건설 착공에 앞서 지난 2001년부터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남북관계가 경색돼 남북경협 사업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직전인 같은 해 1월 현대엘리베이터가 최대주주에 올라 안정화를 꾀했다.

특히 현대아산은 지난 4월 주택 브랜드 ‘프라힐스(PRAHILLS)’를 론칭하고 국내 주택시장 공급에 적극 나선다. 현대프라힐스는 지난 6월 분양된 경기 부천시 주상복합건물에 브랜드 명칭이 처음 적용됐다. 앞으로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공주택 통합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현 회장은 물류 자동화와 승강장안전문(PSD)을 주력 사업으로 둔 현대무벡스를 통해 그룹 혁신을 완성한다. 특히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 부활의 중요한 한 축을 맡는다. 현대무벡스는 현 회장 장녀 정지이 전무가 이끌고 있다. 정 전무는 아버지 고 정몽헌 회장 20주기가 될 내년 전면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회장은 현대무벡스를 앞세워 2차전지 스마트 물류자동화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 5월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내 물류 솔루션 구축 공사를 수주해 오는 2025년 6월까지 해당 공장에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대무벡스는 입·출고 장비 스태커크레인(Stacker Crane) 등 자체기술로 개발한 스마트 물류 핵심 설비를 공급한다.

또 현대무벡스는 지난 4월 경기 성남시 네이버 신사옥 ‘1784’에 서비스로봇을 층간 이동시키는 세계 첫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ROBOPORT)를 공급했다. 네이버랩스, 네이버와 협력해 개발한 로보포트는 네이버의 ARC(AI·Robot·Cloud)를 통해 100여대 이상의 로봇이 전용 승강기를 호출하고 스스로 승·하차할 수 있는 신사옥 내 핵심 로봇 이송장비다.

현 회장은 “일찍이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만이 기업의 퇴보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혁신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현대그룹]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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