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정도경영의 등불, 어머니
[금요칼럼] 정도경영의 등불, 어머니
  • 신아일보
  • 승인 2023.07.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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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박노섭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무더위가 절정이다. 이럴 때는 서울 근교 산과 들, 물 맑은 계곡이 피서지로 제격이다. 지난 여름 양평에 노지 차박을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아는 지인 일행을 만나 1박을 함께 했다. 

모기까지 극성이었지만 장작불에 생고기 굽고 주고받는 막걸리 잔에 밤늦도록 얘기가 이어졌다. 일행 중 중소기업을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A사장도 함께 했다. 30년 이상 중소기업 현장 지원업무를 해 온 터라 경영자를 만나면 직업병처럼 성공스토리를 듣고 싶어 무조건 달려든다. 그날도 어김없이 술잔을 연신 권하며 인생사에 빠졌다.

A사장은 1950년 6.25 전쟁 통에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없이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보따리 장사를 시작해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각고의 고생 끝에 동네 대다수의 사람들이 꽁보리밥으로 연명했던 시절 삼남매는 쌀을 섞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초등학교 졸업 후 상급학교 진학은 거의 없던 때다. 하지만 어머니는 삼남매 모두 도회지 상급학교에 보냈다. 학교 졸업 후 각자의 길에서 일가를 이루며 잘살았고 어머니는 79세의 일기로 하늘의 별이 되셨다고 한다.  

필자 역시 충청도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전국 대학 진학률 10% 남짓 될 무렵 대학을 진학했다. 1000여평 남짓 땅에서 농사지어 아홉 식구가 먹고살고 어떻게 대학까지 보냈는지 지금까지 어떤 셈법으로도 풀 수가 없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방직공장에 취직해 남동생 학비를 보태준 누님의 눈물겨운 희생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장작불이 꺼질 무렵 A사장에게 성공경영의 진짜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머니’입니다." A사장은 "어머니는 ‘늘 할 수 있다’ 꿈을 심어주고, ‘너만은 믿는다’며 공감해 주셨지요. 당신 삶마저 내던지고 등 뒤에서 토닥여 주셨던 어머니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기업을 경영하며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어머니 가르침은 정도경영의 등불’입니다”라고 답했다.

큰 기업을 일궈낸 사장의 예기치 않은 답변에 당황했지만 그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어머니한테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새하얀 박꽃처럼 희망을 피워내 미친 듯 몰입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마치 쇠붙이를 강력하게 이끌어 주는 자석을 닮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 IMF와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성취 공로에는 어머니와 누님 등 여성의 몫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들의 강인함과 부지런함, 희생정신이 경제성장 동력으로 뒷받침했다고 확신한다.

최근에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강소기업을 경영하는 여성 CEO B씨를 만났다. 다시 물었다. 남성 중심 편견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었는냐고.

B CEO는 “처음 사업 시작해서 영업을 가면 심부름하는 사람 취급으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납품처에서는 남자가 오지 왜 여자가 오냐고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어린아이 봐줄 데가 없어 짐차에 태워 일하러 다닐 때 지쳐 잠든 모습 보며 눈물도 많이 흘렸지요”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도 어려운데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고 주부로서 집안 살림 해야 하는 며느리로서 부모님 봉양을 모두 해야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어떻게 다했는지 모르겠다”고 눈시울 훔치는 여성 CEO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눈물이 현재는 여성경제 시대를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고 본다. 현재는 세계 소비시장의 80% 이상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여성기업 수 300만 시대가 열렸다. 전체 기업 수의 40%가 넘는다. 2030세대 여성 창업 비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적 현안인 초저출산, 고령화 해법도 여성경제 활동이 확대돼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고민하는 정부의 여성경제에 대한 더 큰 정책이 필요한 때다.

7월 초 ‘여성기업주간’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기념식이 열렸다. 전국에서 여성기업 대표들이 대거 모여 ‘새로운 미래, 함께 도약하는 여성기업’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한 여성CEO들을 보면서 지난해 양평에서 만난 A 사장의 성공비결이 떠올랐다. 

“어머니 입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정도경영 등불입니다.”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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