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비슷하지만 다른 세상! 메타버스와 평행세계
[금요칼럼] 비슷하지만 다른 세상! 메타버스와 평행세계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07.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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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안병익 공동회장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초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흔히 메타버스를 컴퓨터 속에 구현되는 ‘가상세계’로 알고 있지만 ‘초월’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메타’에 중점을 두면 메타버스는 지금의 세상을 뛰어넘는 ‘초월세계(超越世界)’ 또는 ‘초세계(超世界)’라고 정의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만 단순히 컴퓨터 속 게임이나 오락을 넘어 실제로 사회·경제 활동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이다. 식물성 대체육은 진짜 고기가 아닌 가짜 고기지만 지구환경을 더 좋게 만들고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진짜 고기보다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즉 진짜 고기를 넘어서는 메타버스(초월세계)로 볼 수도 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1992년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아바타’와 함께 처음 나왔다. 메타버스가 등장한 첫 영화는 1999년에 나온 ‘매트릭스’다. 이 영화에서는 인류 대부분이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세계에서 마치 현실인 것처럼 살아간다. 2009년에 나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는 개개인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가 등장해 실제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을 없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은 사람들이 현실보다 가상세계에 더 중요한 의미를 두며 가상세계에 빠져서 사는 인류의 모습을 그린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는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가 공존한다. 인간은 2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원초아와 초자아,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와 페르소나 역시 사적인 나와 공적인 나를 구분한다. 즉 ‘나’는 사회적으로 참여하고 인정받고 싶은 ‘나’와 개인 공간에서의 은밀하고 사적인 ‘나’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하면 결핍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 2개의 ‘나’ 사이에 균형이 성립돼야 한다. 인간은 지금까지 상호성의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자신의 본능을 감추고 사회 안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혼자가 아니고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초월세계’는 사회공동체가 곧 나 자신이었던 시대에서 나 자신이 곧 세상인 시대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조직 속에 나를 적당히 숨기던 시대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놓은 시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본질이다. 요즘 우리는 줌이나 행아웃으로 회의나 미팅을 하고 기업용 메신저나 카톡으로 대화를하며 전자결제 프로그램과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한다. 또 대부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인터넷뱅킹으로 은행 일을 처리한다.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일을 하고 사회·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다. 메타버스 초월세계가 우리 삶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증거들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주창한 개념이다.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물리적 세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객체로서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해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같다. 트윈코리아 같은 실물경제 기반 공간메타버스도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평행세계는 평행우주(平行宇宙, Parallel Universe)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즉 같은 시간에 공존하는 다른 세계를 뜻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다. 평행세계에서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고 태어난대로 또는 주어진 역할대로 살아야 한다. 드라마 ‘더킹 영원의군주’에서 배우 김고은은 현실세계에서는 형사지만 평행세계에서는 범죄자로 등장한다.

메타버스는 평행세계와 유사하지만 다른 세상이다. 평행세계나 메타버스 모두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만든다. 평행세계는 내가 나의 역할을 선택할 수 없는 세계이지만 메타버스는 내가 나의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세계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 초월세계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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