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기준금리, 美보다 韓 높아…"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 필요"
실질기준금리, 美보다 韓 높아…"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 필요"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2.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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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 부족 규모 지속해서 증가…2022년2분기 약 47조 부족
금리 인상속도 조절, 회사채 활성화, 기업금융 규제 완화 등 필요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최근 기업금융 현안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한국이 미국보다 명목기준금리는 낮지만, 실질기준금리는 높아 기업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 조절, 회사채 활성화, 기업금융 규제 완화 등 기업자금조달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기업금융 현안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전체 자금조달액은 지난 2017년 약 134조원에서 2021년 약 330조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기업 자금부족액 규모도 최근 급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 자금부족액은 2022년 1분기 27조8000억원으로 11배나 급증했다. 또, 올해 2분기에도 46조9000억원의 기업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에 따른 금융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명목 기준금리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지만, 지난 2022년10월말 기준 실질 기준금리는 한국(-2.7%)이 미국(-3.75%)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이 체감하는 금리는 미국 기업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며,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클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한미 명목 기준금리 역전시기에는 국내 자금 유출 사태는 크지 않았고, 이에 따른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과거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를 웃돈 시기는 △1999년6월~2001년2월(1기) △2005년7월~~2008년8월(2기) △2018년3월~2020년2월(3기) 등 세 차례로 이 기간 외국인 주식순매수 분석결과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는 큰 상관 관계가 없었다.

(출처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최근 기업금융 현안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에 맞춰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 보니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해도 국내 경제 주체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내기업들이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응하려면 기업 자금 여건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연말에는 자금난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회사채 시장 활성화와 기업금융 규제 완화 역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관의 투자 여력 약화, 금리 상승으로 인한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여전히 회사채 시장 경색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금융당국이 50조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을 제시했지만, 채권안정펀드와 회사채 매입 등 지원 규모를 추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예대율 규제 완화, 지급준비율 인하 등 금융당국이 기업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실물경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기업의 자금 확보를 위한 기타 방안으로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