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1조 유상증자…그룹 전반 재무부담 '가중'
롯데케미칼, 1조 유상증자…그룹 전반 재무부담 '가중'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11.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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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롯데지주 등 장기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평가
롯데케미칼 로고.
롯데케미칼 로고.

롯데케미칼이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여윳돈이 필요해지면서 재무 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주당 13만원(예정발행가)에 신주 850만주(보통주)를 발행해 총 1조1050억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5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06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는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이 주가 하락이나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번 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비율은 25%이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자회사 롯데건설에 약 6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롯데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년 1월까지 5000억원을 대여해주고 총 2000억원 규모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한다.

증권가에서는 인수 대금 마련과 계열사 지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증자가 성공해도 여전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확대·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측면보다는 본업에서의 이익 창출력 악화와 대규모 인수합병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을 내년 2월8일까지 3개월간 차입하고 롯데홈쇼핑에서는 1000억원을 내년 2월9일까지 차입한다.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 등 총 3500억원을 차입하는 데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채무자인 롯데건설이 상환 능력이 부족해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 자금보충 의무자인 롯데물산이 롯데건설에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출자해 보충해주기로 한 것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대규모 자금 조달로 롯데 계열사 전반의 신용 우려가 제기된다며 계열사 상당수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외부 조달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