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에 여야 공방… 與 "MBC가 조작선동"
野 "인정하고 사과해야… 외교라인 전면 교체 촉구"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에 걸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지난 24일 밤 귀국한 가운데,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모습이다.
사실상 지구 한바퀴를 도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이어지는 논란 속에 순방 성과가 묻혔다는 평이 잇따르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엄수된 영국 런던, 제77차 유엔총회가 개최된 미국 뉴욕, 한-캐나다 정상회담 등을 위한 캐나다 토론토·오타와를 차례로 찾았다.
윤 대통령은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제안보' 분야를 직접 챙겼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미국 정부의 협조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번 순방의 핵심으로 꼽혔던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기대만큰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이 나온다.
한미정상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줄이면서 불발됐다.
한일정상회담의 경우,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행사장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 '약식회담'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약식 한일 정상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 측은 '간담회'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여기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 과정서 불거진 '조문 취소' 논란과 순방 막바지 불거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야권은 '외교 참사'라며 논란을 동력 삼아 총공세에 돌입했다. 비판 수위를 높이며 외교라인 전면 교체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순방은 총체적 무능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며 "실패한 순방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외교 참사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진 못할망정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했다"며 "이게 국민의 냉정한 평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만큼 한심하다"면서 "이번 순방 핵심 과제였던 한미 통화스와프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는 다뤄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만 남긴 이번 순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여당은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순방 막바지 벌어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도 '조작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글로벌펀드 회의 직후 공개된 장소에서 사담이지만 비속어를 사용한 대통령의 부주의는 안타깝다"면서도 "문제는 조작 왜곡을 시작한 MBC"라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 발언 중 가장 분명히 들리는 것은 '국회에서'이다"며 "대한민국 국회는 National Assembly이고 미국은 상원·하원을 두루 의회 Congress라고 부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통령이 국회라고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임이 분명한데 이를 느닷없이 불분명한 뒷부분을 바이든이라고 해석하며 미 의회와 미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라고 호도하고 국가적 망신을 시켰다"고 따졌다.
권성동 의원도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MBC의 조작선동에 엄증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에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는데, (MBC가) 이 부분을 보도하지 않았다"며 "박 장관이 말한 야당은 미국이 아니다. 즉 애초부터 '미국'이나 '바이든'을 자막으로 쓸 이유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순방 결과에 따른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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