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여야, 당 수습에 진땀… '당권 경쟁' 닮은꼴
[정치포커스] 여야, 당 수습에 진땀… '당권 경쟁' 닮은꼴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6.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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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핵관vs이준석' 갈등 구도 여전
민주, '이재명 당대표 출마 여부' 촉각 세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당 안팎으로 산적한 과제에 교착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 가운데 당 내홍도 좀체 가라앉지 않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李 "미끼 안 무니 직접 쏴"
뚜껑 열어보면 결국 '세 다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은 연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서도 이들을 향한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24일 MBC라디오에서 "지금 다 그것(두 사람 갈등) 때문에 걱정하고 있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옆에 있는 우리가 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정 최고위원은 "(다른 최고위원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혁신위원회 출범,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선정 등을 두고 갈등을 누적해 왔다. 지난 20일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하자 배 최고위원이 공개 반발, 설전이 오가며 비화됐다.

사실상 갈등의 본질은 당권을 둔 '윤핵관'과 이 대표 간 세 싸움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련의 사태를 두고 장제원 의원이 '대통령 돕는 정당이 맞느냐'고 비판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인용하며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며 "이제 다음주 내내 간장 한사발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갈등 당사자인 배 최고위원은 이전까진 '홍준표 키즈'로 불렸지만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친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단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를 종합하면 이 대표가 이번 갈등 내부에 윤핵관의 입김이 있다고 보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선정도 이와 관련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김윤 국민의당 전 서울시당위원장을 각각 추천했다. 이 대표가 정 의원은 국민의힘 인사이므로 불가하단 의사를 표명했지만 안 의원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 의원 역시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 경우 지도부 내에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정 의원을 추천하는 반면 '친윤계'와 껄끄러운 이 대표는 이를 막고자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내달 7일로 미룬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해당 논의가 지속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심스러울 때, 공격!(When in doubt, ATTACK!)"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향한 윤핵관의 세 공격을 에둘러 꼬집은 걸로 보인다. 윤리위를 빌미로 자신을 압박한다는 취지다.

다만 당내선 윤리위 절차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당 윤리위를 겨냥해 "의혹에 대해 당대표도 그렇고 당의 많은 분들이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윤리위가 개최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성급하게 시작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애초에 무리한 시작이었단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서 "윤리위를 열었기 때문에 (당내) 혼란이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내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이 심하다'
는 지적에 "당무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불가론' 압박 거세져
당권 필수불가결… 출마 무게추

더불어민주당도 '당권 다툼'이라는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오는 8월28일 전당대회를 예정했다. 이재명 의원은 차기 대권가도를 위해 당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당권에 도전하려 하나,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 좀처럼 강행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1박2일간 충남 예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향후 당 진로 등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워크숍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단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였다. 이 의원의 불출마에 무게를 싣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걸로 알려졌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5선 설훈 의원은 전날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발언권을 얻어 "어제(22일) 이 고문에게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냥 우리 같이 나오지 말자'(고 했다)"고 회동 내용을 알렸다.

특히 '친문'이자 당권 도전이 유력한 홍영표 의원과 이 의원이 분임토론에서 같은 14조로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이 의원에게 "전대에 나오지 말아 달라"며 "당신이 나오면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 때 나타난 당내 갈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 양상이 커질 것"이라고 직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말로 심사숙고하면 좋겠다"고 거듭 불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당대표 된다고 한들 2년간 하면서 총선 지휘하는 것까지가 임기인데, 오히려 개인적으로 상처만 많이 남을 수 있어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반적으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 의원도 홍영표·이재명 의원과 같은 14조였다. 그는 분임토론에서 홍 의원이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것과 관련 "홍 의원은 지금으로선 당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계속 108번뇌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출마에 무게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