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동산담보대출’이 5년새 10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지원을 위해 동산금융 활성화를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동산담보대출은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 상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6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주요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5648억원으로 전년(1조2284억원) 대비 27.4%(3364억원) 늘었다. 이 은행들의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2017년만 하더라도 1488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말 2931억원, 2019년 7421억원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은 2012년부터 동산담보대출 취급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은행 시점에서 썩 환영받지 못한 상품이었다.
담보 가치가 확실하고 감정이 용이한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 은행이 담보물을 수시로 추적해야 하는 등 관리에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보권을 실행해도 담보물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경우가 적어 처분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담보물 실종과 중복 담보, 불법반출·훼손 등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은행에서 꺼리는 대출 상품이 됐다. 2016년말 발생해 3800억의 손실을 낸 ‘육류담보대출’ 사태는 이 같은 동산금융 위축에 쐐기를 박았다.
동산담보대출이 부활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정부가 금융 정책으로 내세운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맞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지원 수단으로 동산담보대출은 다시 주목받았다. 금융당국에서 2018년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마련해 은행권에 취급을 독려했고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취급액은 7918억원으로 2017년말(672억원)보다 무려 1078.3%(7246억원) 급증했다. 6개 은행 전체 취급액(1조564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절반 이상이다.
전체 취급액 대비 기업은행의 비중은 2019년 67.1%에 달했지만, 2020년 60.4%로 줄고 지난해 절반까지 축소됐다. 시중은행의 참여가 그만큼 늘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규모(2672억원)의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그 뒤를 KB국민은행(2452억원)이 근소한 차이로 뒤따르고 있고, 하나은행(2205억원)도 2000억원이 넘는 동산담보대출을 실행 중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취급액은 각각 162억원, 240억원으로 앞선 은행들보다 취급 규모는 비교적 작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 담보물에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부착해 원격으로 담보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는 등 동산담보대출의 취약점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부동산 담보 대출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꾸준히 취급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