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석열과 디케, 그리고 이재용 운명
[데스크칼럼] 윤석열과 디케, 그리고 이재용 운명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2.04.1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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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온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다. 오직 법과 진실로 심판하고 범죄자에 대해선 단죄한다는 강력한 표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검사시절 ‘디케’를 보며 생활해 왔다. 그리고 그는 “원칙은 절대 타협하지 말라”는 링컨 미국 제16대 대통령의 말을 깊이 새기며 실천해왔다.

이런 그가 약 1개월 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자리에 올라선다. 한손에는 검사시절 지켜왔던 ‘원칙과 공정’을 들겠지만, 다른 한손에는 대통령 후보시절 내세운 ‘친기업’을 들 예정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기업들은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정’은 지극히 당연해야 하지만 기업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검사시절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불환빈 환불균; 不患貧 患不均)라는 송나라 유학자 육상산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일까? 때마침 윤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검찰이 갑자기 삼성전자와 웰스토리를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의 급식물량 몰아주기 부당지원 혐의인데 그동안 조용하다가 지금에 와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사가 진행된 만큼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정권 교체기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기대한 재계는 깜짝 놀랐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수난이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윤 당선인이 검사시절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킨 악연이 있다지만 새정부 친기업 정책을 펴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삼성은 당연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할 일도 많다. 삼성이 앞장서 투자와 고용을 해주면 윤 정부 경제정책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이 앞장서 움직이면 기업들이 뒤이어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에서도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국가대표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이 동행하면 큰 투자가 기대돼 외교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상태다. 책임경영을 할 수 없고 해외여행도 제한된 상태다. 몸은 자유롭지만 이 부회장 역할에는 여전히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는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이 부회장 사면을 기대했던 거 같다. 그런데 반대로 이 부회장을 압박하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삼성전자의 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를 넘어 이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재판도 받고 있는 상태다. 자칫 재계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생겼다.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사법 리스크에 갇히게 된다는 말이다.

윤 당선인이 ‘친기업’, ‘경제파트너’ 약속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디케처럼 분명 다른 한 손엔 ‘공정’ 말고도 ‘친기업’이란 카드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공정’을 위한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면 친기업을 위해선 무엇을 실행할지 윤 당선인은 이제 답을 줘야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으니 국가대표 1위 기업을 사법리스크로만 시달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