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의 '히어로' 활용법…캐롯손보 지원, 영향력 확대 '눈길'
한화손보의 '히어로' 활용법…캐롯손보 지원, 영향력 확대 '눈길'
  • 임혜현·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3.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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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캐롯손보 사랑, 눈물겨운 노력 회자

손해보험업계는 한화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술렁이고 있다. ‘히어로손해사정’ 등장과 함께 업무 효율화를 전문조직에 맡기는 ‘업무 건수 위탁’이 이슈로 떠올랐다.

한화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히어로손해사정’을 두고 현재 노동조합의 반발은 거세다. 노조는 업무 위탁 시 기존 직원들의 일감을 빼앗아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캐롯손보를 되살리려는 한화손보의 눈물겨운 노력이 회자될 전망이다.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원은 히어로손해사정을 통한 우회지원과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어로 지분 최대 86%까지 올라, 사세 확장 예견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험시장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입지는 확대될 전망이다.

히어로손해사정은 손해보험 3사가 합작해 그간 비교적 부진했던 중소형 손보사의 소비자 대응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분은 캐롯손보가 49%, 한화손보와 롯데손보가 각각 37%, 14%를 가지고 있다.

(사진=캐롯손해보험)
(사진=캐롯손해보험)

3사는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급격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손보는 CM(사이버마케팅) 채널을 캐롯손보로 넘기면서 발생한 대물보상 손해사정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히어로손해사정으로의 전적 신청을 받고 있다.

한화손보가 나서서 히어로손해사정 인력 이동을 지휘하는 이유는 사실상 히어로손보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한화손보는 자회사 캐롯손보 지분 55%를 보유한 대주주인 동시에 히어로의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히어로 지분 중 캐롯손보 보유분 효과를 함께 계산하면, 한화손보의 히어로 지분은 86%까지 올라간다.

(사진=한화손해보험)
(사진=한화손해보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앞세운 돌풍 작전이라고도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경영성적이 좋아져 금융 당국의 감시(금융감독원 경영관리)에서 풀려난 여파를 몰아 한화손보가 사세 확정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화손보가 히어로 쪽으로 전적할 경우 수령 임금이 기존 대비 20% 정도 적어진다는 내부 불만까지 무시하고 전적을 공세적으로 추진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관계자는 “앞선 CM채널 분리와 캐롯손보 성장세에 따라 대물보상 인력 수요가 커졌다”며 “이에 따라 노조와 협의를 거쳐 (히어로에 이동하는) 전적 신청을 개별 동의 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디지털화 집중…다양한 실험의 장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원은 이미 예견된 중점 사업이다. 한화손보는 약 2년전(2020년 2월경) 캐롯손보의 업무 위탁을 추진해 시선을 모았다.

한화손보는 당시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대물·자차) 관련사고 처리 등을 지원하기 위한 부수업무 준비에 착수해 캐롯손보가 자동차보험 사고 조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을 떠받쳤다.

한화손보는 그해 1월말 이사회에서 캐롯손보 자동차보험 사고 조사업무 위탁 계약 추진안을 승인하고, 당국과 사전 협의에 나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한화손보가 타손보사들 대비 디지털화에 관심이 적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가령, 한화손보는 2020년 말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비용은 절감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영업에 거는 방식이다. 당시 한화손보는 고객·상품·판매채널(CPC) 전략실을 신설하고, 기업보험본부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화손보가 디지털화와는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화손보가 캐롯손보의 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화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한화손보를 디지털화에 가장 열을 올리는 손보사로 꼽는다.

캐롯손보의 공격경영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캐롯손보는 1년 미만 단기납 건강보험을 포함해 1년 이상 장기인보험까지 상품을 확장한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상품개발과 손해율 추산 등을 맡을 인력을 대거 충원함으로써 건강보험 등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행보로 비춰진다.

한화손보가 히어로손해사정에 대한 노조 반발과 앞으로 겪을 진통보다 히어로 뒤 캐롯손보과 교감을 중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화손보가 히어로손해사정을 공동 설립해 결국 캐롯손보를 우회지원하고 다양한 상품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