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운송·제조 산업계 전반, 고유가 충격 '확산'
'러시아 제재' 운송·제조 산업계 전반, 고유가 충격 '확산'
  • 이성은·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3.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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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해운업계, 연료비 상승 부담 커져
철강·배터리업계, 원가 부담 압박 증가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 빌딩 숲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러시아 제재 강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항공·해운 등 운송 분야는 연료비 상승으로, 철강·배터리 등 제조 분야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9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11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종가 기준 122.53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9.5%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 69.41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2020년 42.29달러와 비교할 경우엔 3배가량 높다.

이날 유가 급락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들에 산유량을 더욱 빠르게 늘릴 것을 요청하며 산유국 증산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앞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석유 공급 중단 등 국제적 제재 동참에 보복할 경우 유가는 다시 고공행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국내 항공·해운업계 타격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하면 약 3000만달러 손익 차이가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비로 1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전년대비 44.3%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도 있다. 러시아가 한국 항공사의 영공 통과를 금지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유럽행 항공편 항로를 조정해야 한다. 항로 변경에 따른 연료비 증가 비율은 기존 항로 대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연료 사용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5000억원과 비교해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1800억원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현재 해운업계는 높은 운임으로 국제유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고 운임비가 안정화되면 수익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철강·배터리 등 주요 제조업계도 비상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철광석, 유연탄, 아연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각국 경기부양 정책으로 철강 수요 증가를 고려해 이를 철강제품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철강제품 가격 인상은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도미노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의 원가 압박도 커졌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은 수급 차질로 인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약 10%를 생산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니켈 가격은 톤(t)당 4만2995달러로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66.8% 상승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을 필수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 커지고 있어 산업계 타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유가가 계속 출렁일 것으로 본다. 유가 상승과 하락 모든 면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