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분화 주목…대차대조표 축소 놓고 온건론도 분열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로드맵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9.7%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되는 등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 긴축 압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15,16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전까지 글로벌 시장이 미국 상황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국 노동부는 1월 PPI가 전년 동월 대비 9.7% 뛰어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경제 매체 CNBC는 PPI의 지난 1년간 상승폭은 사상 최고치인 2010년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하면서, 40년 만의 최고치를 달성한 바 있다. 그 뒤 PPI 지표까지 고공행진 기록을 세우면서, 다음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힘을 받는 것.
이런 상황에 일각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 한 번에 0.5%p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3월에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는 이후 상승 횟수와 폭에도 상당히 영향을 줄 수 있어 진행 로드맵 초입에서 치열한 논쟁 소재로도 부각되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대표적인 0.5%p 인상 주장론자다. 로리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14일 "7.5%의 CPI 상승폭은 (3월 기준금리 인상의) 0.5%p 폭을 합리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연준 내부에서 신중론이 상당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3일 CBS 방송을 통해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일단 3월에 움직인 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3월에 금리를 0.25%p 올리는 게 옳고, 그 이후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향후 미국의 경제 진로를 살펴보면서'라는 단서를 붙여 대단히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같은 날 "오는 3월 연준이 기준 금리를 0.5%p 올려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16일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치를 뛰어넘은 물가상승세는 당분간 연준의 긴축 리스크 지속이 불가피함을 시사하지만, 연준이 강경 일변도와 매파 스탠스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연준 위원들 간의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아직 모호하다. 로이터통신이 이번 달 7일~15일간 8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금리 관련 서베이를 진행한 바 있다. 응답자 전원이 3월 연준이 기준 금리를 최소 0.25%p 올릴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인 20명의 응답자만 연준이 3월 한 번에 0.5%p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17일 연설이 주목되고 있다. 로리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의 연설 일정이 잡혀 있는데, 그는 앞서 0.5%p 인상론에 섰던 인물이다. 그가 다소 다른 색채를 가미하면, 강경파 안에서 분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이것이 실제 3월 FOMC 내용에 진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0.25%p만 인상해도 된다는 입장 안에서도 '대신 대차대조표 축소를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메스터 총재의 연설 등은 강경파와 신중론 양측 모두에서 서로 다양한 분화가 일어나고 합종연횡까지 진행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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