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③ 英·佛·獨 등 해외선 진료 이틀 뒤면 보험금 받아
[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③ 英·佛·獨 등 해외선 진료 이틀 뒤면 보험금 받아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영국 등 공단 및 중계기업이 보험금 청구
英 의료 정보 유출 '서류' 정보 제공 중 90% 발생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편집자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금융환경은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 넘게 공전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 보험 소비자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의료계 거센 반발로 국내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13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전자정보전송시스템 등을 구축해 신속하고 간편한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손해보험회사 보험금 청구건 중 약 0.11%만 청구 전산화로 접수됐다. 이마저도 키오스크를 활용한 절반 짜리 전산화다. 반면, 프랑스·영국·독일·호주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건강보험공단 및 중계기업 설립 등을 통해 보험금 청구 대부분을 전산화로 자동 처리한다. 더욱이 의료계 반대 이유 중 하나인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서도 전산화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공단, 보험회사 간의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보험가입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정산하고, 건강보험카드(Carte Vitale)를 제시하면 의료기관이 전자진료차트와 전자 청구서 등을 건강보험공단에 전송하고, 건강보험공단은 다시 보험사에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보험가입자는 관련 서류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통상 이틀 안에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카드는 사회보장번호와 소속 건강보험제도, 건강보험 가입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국 최대 건강보험기업 부파(Bupa)사가 중간결제기업을 설립했다. 

이에 의료기관이 보험가입자 진료 후 의료기관, 중계기관(중간결제기업), 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해 지급한다.

다만, 보험가입자는 의료기관 이용 전 해당 의료기관이 본인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판매한 보험회사와 제휴된 의료기관인지 확인하고, 받고자 하는 진료 보장 여부를 보험회사로부터 확인하는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제휴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국내와 같이 보험가입자가 진료 후 본인이 진료비를 부담하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해야 한다.

현재 중간결제회사를 통한 보험금 청구 건은 하루 병원급 청구의 약 98%, 개원 청구의 약 70% 수준으로 대부분의 보험회사가 중간결제회사를 통한 전자청구서를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입원·고가 처방 약 등 환자 부담이 큰 진료비에 대해서 병원이 환자를 대신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한다.

이밖에도 호주는 환자가 의료기관의 전자 의료 청구 및 정산 단말기에서 보험회사 멤버십 카드를 이용해 현장에서 청구, 차액만 결제할 수 있다. 입원 관련 보험금은 의료기관에서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한다.

반면, 국내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전자적 정보교환이 되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손해보험회사 보험금 청구건 중에서 약 0.11%만 청구 전산화로 접수됐다. 이는 키오스크를 활용한 대형병원(아산병원 등)과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의 일부 의료기관과 보험사에 한정된 사례다. 이마저도 별도의 중계기관 및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민간 자율적인 방식의 전자문서 형태였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에서 전산화를 통해 보험사에 청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가입자가 관련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모바일, 팩스로 보내는 방법과 다른게 없다는 뜻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의 중복시스템 구축 및 운영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과 정보 유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앞서 영국이 활용하고 있는 중간결제기업을 통한 전자 청구 활용의 경우 △신속한 보험금 정산 △시간 및 비용 절감 △환자 정보보호 강화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민영의료기관에 따르면 기존 주당 45시간에서 50시간이 소요되던 행정적 절차는 전자 청구 이용 후 주당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40% 이상 절약됐다. 

더욱이 엄격한 정보보안 기준으로 2000년 중간결제기업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정보 유출 사건이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 정보위원회(IC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의료부문의 정보 유출(420건)에서도 비전자 방식으로 의한 건이 90%(380건)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서류 방식을 통한 정보제공에서 정보 유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정보를 청구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면 보험가입자 간편성 제고는 물론 관련 비용 및 정보 보호에도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있어 의료계의 반발은 있었지만 이익보다는 사회 필요성에 더 공감하며 전산화 시스템이 구축된 거로 안다"면서 "물론 해외와 국내의 비급여 영역 등 보건의료체제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연간 청구 건도 1억건 이상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