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②] 위헌에 재정건전성 위협까지…나라 흔드는 선심성 공약
[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②] 위헌에 재정건전성 위협까지…나라 흔드는 선심성 공약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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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막론 선심성 정책 남발에 조세원칙·헌법원리 손상
韓 부채비율 이미 위험…재정건전성 저하 후폭풍 우려

[편집자주] 내년 3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심을 자극하는 각종 경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지출이나 조세정책을 뒤흔드는, 정치 논리에 기반한 '퍼주기식 공약'들이다. 부자 감세 논란이나 조세 형평성·평등주의에 반하며,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고려사항조차 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서둘러 출구를 찾아야 하는 우리 경제. 가계부채와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내외 경고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금, 정치 논리에서 출발한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들에 대한 검증은 생존 차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17일 경제계에 따르면, 팬데믹 안정 국면으로 바뀌면서 각국이 유동성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선 이슈로 이런 추세에 역주행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적안정성 측면에서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경고음이 들어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 런던 코린시아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 참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 런던 코린시아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 참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작게는 형평성 시비, 크게는 조세원칙 파괴에 위헌 우려

각종 감세 조치와 새로운 재정 지출을 준비하는 것은 형평성이나 조세원칙이라는 대전제에서 큰 문제가 된다. 아울러 위헌 시비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5월, 팬데믹으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담은 소상공인지원법 개정 국면에서 소급적용 논란이 있었던 점은 시사점이 크다. 김남주 변호사는 "자영업자들에게 집합제한 조치를 내린 근거가 어디에 있나. 그 어디에도 없다"며 "(소상공인지원법을 개정하면서) 소급 보상해야만 위헌성이 시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작년 현금, 금융 지원 등 45조원 정도의 대책을 추진했다"며 중복 지원, 재정건전성,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선심성 조치에 온갖 쟁점이 얽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거론되는 각종 공약들도 신중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책 일관성의 훼손 문제다. 청년층 표심을 고려한 여당이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게 여기 해당한다. 당초 여당이 내년부터 연 250만원의 초과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하기로 한 세법 개정안 통과에 앞장섰는데, 대선 국면에서 돌연 기존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인하 공약도 포퓰리즘 편승을 위해 조세원칙을 가볍게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노동을 해서 얻게 되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을 해서 얻는 사업소득이 아닌, 집을 팔았을 때 얻는 양도소득만 세율을 낮춰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두 후보 모두 양도소득세를 꼭 부동산대책으로만 보지 말고 조세의 원리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초과 세수 규모를 놓고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는 것은 위헌 지적을 받는다. 여당과 기재부 양쪽 시각에 따라 약 19조원대의 초과세수 오차가 부각되고 있다. 지출 확대를 바라는 여당과 생각이 다른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세수 추계를 작게 잡았느냐는 논란이 있으나, 홍 부총리가 고의성을 강하게 부인하는 등 정황이 확실치 않다. 국정조사 남용 즉 위헌 우려가 일단 존재하고 여당의 초과세수 계산이 정확해도 또다른 위헌, 위법 시비가 뒤따른다. 이에 더해 여당 일각에선 올해 거둬야 할 세금을 내년으로 넘겨 전 국민 지원금을 주는 방안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박민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1년회계원칙상 문제"라고 짚었다. 또한 국가재정법은 그해 초과 세수로 못 쓰고 남는 돈(세계잉여금)은 다음 해로 이월하더라도 국채 상환 등 우선적으로 쓸 항목이 규정돼 있어, 특정 목적에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초과 세수의 액수 논쟁을 벌이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부처에) 직권으로 세금을 내년으로 넘기게 압박하거나 사용 목적 판단을 간섭한다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 재정건전성 침해 우려까지 '설상가상'...원점에서 재검토 필요

아울러 이미 현재까지의 국가 재정정책 방향이 향후 재정건전성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약들이 추가로 부각되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예산 604조4000억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216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재정적자 기여도도 31%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복지 등 지출은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가 어렵다. 위기 극복 이후 빠르게 재정 정상화가 이뤄진 과거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팬데믹 종식 후에도 만성적인 재정 악화에 시달릴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660조2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068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 처음으로 50%를 넘어설 것으로(50.2%) 기재부는 전망하고 있다.

D2(D1+비영리공공기관 부채)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말 48%를 넘었다. OECD 평균 부채비율이 130%라고 하지만 이는 기축통화국인 미국(130%)이나 일본(260%)과 우리 같은 비기축통화국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이야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기축통화국 평균은 53%대로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재정건전성 확립에 기반을 둔 대외신인도에 크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팬데믹 극복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해 위기의 상시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예상되는 재정의 중장기 핵심 리스크 요인 가능성으로 △경제위기 상시화로 인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잦은 변경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 급증 △복지포퓰리즘에 따른 재정정책의 교란 △큰 정부 비효율성에 따른 재원의 낭비 등 상호 영향을 미치며 연쇄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를 들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이달 6일 런던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여는 한편, 신용평가사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총괄과의 면담에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국가신인도와 투자여건, 재정건전성이 맞물려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해 피치가 한국 등급 강등을 검토했는데, 재정건전성 유지를 약속하며 설득했던 일화도 있다. 

감세나 재정지출 강화 공약만 나오고 있는 점은 대선을 100일 남짓 앞둔 지금 이를 원점에서부터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경제를 정치도구화하면, 결국 신인도 하락과 자금조달 부담 증가, 투자자 이탈 등 경제적 난국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성순 단국대 무역학과 명예교수는 "미래세대로의 경제부담 전가와 성장잠재력 훼손 등 부작용을 유의하면서 재정을 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