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①] 글로벌 재정 정책 긴축 흐름…李·尹 '역주행'
[대선국면 돈 풀기 논란①] 글로벌 재정 정책 긴축 흐름…李·尹 '역주행'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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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비상…테이퍼링·지출 축소, 주요국 긴축 돌입
주요 대선 후보 돈 풀기 이어 선심 '감세' 정책 잇달아
내년 나랏빚 1000조…韓 국가채무 증가 속도 가장 빨라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내년 3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심을 자극하는 각종 경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지출이나 조세정책을 뒤흔드는, 정치 논리에 기반한 '퍼주기식 공약'들이다. 부자 감세 논란이나 조세 형평성·평등주의에 반하며,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고려사항조차 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힌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서둘러 출구를 찾아야 하는 우리 경제. 가계부채와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내외 경고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금, 정치 논리에서 출발한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들에 대한 검증은 생존 차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전 세계 긴축재정 추세와 국가 채무 경고 등에도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의 돈 풀기 공약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세계 주요국이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유동성 억제에 나선 반면, 대선 후보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시중에 돈을 풀겠다며 표심 자극에 한창이다.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열리고 국가 재정 건전성 훼손에 대한 경고가 나온 가운데,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세계 주요국, 인플레 우려에 긴축 재정 시동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들은 내년 예산 편성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늘렸던 재정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한창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은 내년 예산뿐 아니라 이달부터 테이퍼링을 시행해 그동안 풀렸던 유동성 회수를 본격화한다. 

전 세계 돈줄 죄기 배경은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정상화하기도 전에 에너지 대란에 따른 유류세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증가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약 31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8.6% 오르며 2010년 1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3.5% 올랐다. 이 역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3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사태로 풀린 과도한 유동성 여파에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에너지 대란, 유가, 요소수 등 다양한 수요 및 공급 불균형 여파"라고 짚었다.

◇ 李·尹 재정 지출 확대, 세금 감면...'정반대' 행보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대응에 세계 주요국이 유동성 억제 기조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대선후보는 경쟁적으로 돈 풀기식 공약을 쏟아내며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25조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윤석열 후보는 5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외치며 연일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늘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 혹은 중소 상인에게 직접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고스란히 유동성 확대의 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금 부담을 줄여 국민 고통을 덜겠다는 공약도 함께 나오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와 공시가격 인상 속도 조절로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지다. 또 양도소득세 세율 인하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 부과를 1년 미루고, 공제 한도를 늘린다는 입장이다. 또 연소득 5000만원 이하 20대는 소득세 면제도 추진 예정이다.

세금 부담이 줄어 생긴 여윳돈이 소비 혹은 저축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취지인데, 마찬가지로 시중에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급격한 물가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재정,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행보다.

최근 6개월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관리 기준인 2.0%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내놓는 재정 지원 공약과 세금 감면 공약이 불붙은 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구체적이고 정제된 공약과 정책이 나와야 하겠지만, 두 후보 모두 포퓨리즘적인 발언을 앞세우는 모양새"라며 "재정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덜 걷는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재정 악화·신용도 하락 우려로 인한 추가 피해 염려도

우리 경제 기초체력도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잠재성장률이 2020∼2030년 1%대로 떨어지고 이후 2030∼2060년에는 0.8%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국가채무는 내년 GDP 대비 50%를 넘어 5년 뒤인 2026년에는 66.7%까지 늘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전망했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채무 비중 확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와 잠재성장률 하락은 재정 위기는 물론 국가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채무 증가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중장기적이라면 국가신용도는 즉각적이란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가신용도 하락이 국채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무역 불균형 심화, 국내 투자된 해외 자본 유출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 채무까지 포괄하는 공공부채(D3)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국가 채무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는 잠재적으로 남아 있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경제 회복 상황에서 감세 및 재정 지원을 통한 지원 정책은 불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