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국가채무 속도, 한국 재정건전성 해법 '골든타임'
가파른 국가채무 속도, 한국 재정건전성 해법 '골든타임'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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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도·향후 투자폭 문제…재정준칙 도입 필요성 목소리 높아

한국의 향후 5년간 경제 규모 대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35개국 중 가장 빠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는 5년 뒤인 2026년 한국의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GDP 대비 66.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인 51.3%보다 15.4%p 증가한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빠른 실탄 낭비는 일단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재정건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빠른 실탄 낭비는 일단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한 나라의 국가채무를 경제규모와 비교해 가늠할 수 있는 개념이다. 대개 경제 규모와 대비해 높은 국가채무 비율은 해당 국가의 신인도 하락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향후 5년간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 상승폭(15.4%p)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가장 크다는 점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근거가 된다.

한국과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올해와 내년에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IMF의 35개 선진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지난해 122.7%에서 올해 121.6%로 1.1%p 낮아진다. 이어 내년에도 119.3%로 올해보다 2.3%p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커진 재정의 역할을 올해부터 줄이기 시작, 내년엔 속도가 배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지난해 47.9%였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올해는 51.3%로 3.4%p, 내년엔 55.1%로 3.8%p 상승한다는 점에서 역주행 논란이 불가피하다.

서무건 전 부산경상대 해운무역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의 목적상, 건강한 지출은 필요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 지출이 필요하더라도 지나치게 빠르게 지출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재정건전성 악화시 문제점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보니 '국가 신인도'가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자본유출 등은 '위기 대응능력'으로 판단하는데, 이 부분에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원론적 차원에서 우려를 표했다.

결국,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우리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유사시 실탄'의 문제이다.

신인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교과서적인'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위기 대응능력 자체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정의 불필요한 선제적 지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양준모 교수는 "재정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정부 지출을 단행하는 것은 '하석상대' 이상의 효과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 확립과 철저한 운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도 지난달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가 늦어지면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국가채무비율, 재정수지 등의 실제 재정지표를 우선 고려한다. 따라서 재정준칙 법제화 여부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그간 신용평가사들이 재정준칙 도입에 보여 온 관심과 기대를 고려하면 도입 지연 시 신뢰 약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져 재정 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 제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