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언제까지?…내년 초 100달러 돌파 전망
유가 상승 언제까지?…내년 초 100달러 돌파 전망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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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80달러 선 유지…2014년 이후 7년만에 최고치
대체 에너지 부족·경기회복·난방 수요 확대에 공급 우려
애널리스트 "내년 초 배럴당 100달러 의심할 여지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80달러 선에서 머무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투자 제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세계적 확산으로 공급 감소와 맞물려 석탄과 천연가스 등 세계 에너지 재고 부족까지 더해지며 급등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과 위드 코로나에 따른 점진적인 경기 회복으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내년 초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시각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4달러(0.6%) 상승한 배럴당 84.0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작년 11월2일(종가 기준) 36.81달러 대비 무려 128.3%나 급등한 수준이다.

올해 1월4일 47.62달러로 시작한 WTI 가격은 이틀 뒤 6일 50달러 선을 넘으며 50.63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1달 보름 남짓 지난 2월23일 60달러, 석 달여 뒤인 6월에는 7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8월에는 6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지만, 두 달 뒤인 10월11일 80.52달러를 기록하며 이후 80달러 선을 이어가고 있다.

WTI가 종가 기준 80달러를 웃돈 것은 2014년 10월31일(80.54달러)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 측면이 커지게 되고 수입 물가 상승세도 지속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한국은행 '2021년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24.58로 전달(121.61)보다 2.4%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8% 뛰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인데, 그 배경에는 유가 상승이 있다.

문제는 여전히 유가 상승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 플러스'(OPEC+)는 지난 7월 합의한 일일 40만 배럴 증산 기조를 유지키로 해 공급 우려를 키우고 있다. OPEC+는 오는 4일 생산량 관련 추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추가 증산보다는 현재 수준의 증산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지난달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에너지 위크 국제 포럼 회의에서 "이미 계획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수요를 충족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석유수출국기구를 압박하기 위해 생산 강화 여력이 있는 G20 에너지 생산국에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압력에 주요 산유국이 얼마나 따를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경영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며 탈석탄·탄소 중립 정책으로 석탄 채굴 등의 투자가 감소한 것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달 말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또, 탄소 배출 제로 혹은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시점과 관련해서는 최대 2060년을 제시했다.

여기에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세계 난방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루이스 딕슨 라이스타드 에너지 수석 석유 시장 애널리스트는 "수요 불균형으로 공급 적자가 재고 가액을 높이고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장 압박감은 오는 2022년 대부분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아시아 난방 및 전력 대체품인 유가가 단기에 배럴당 100달러대로 오를 가능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위원 또한 "풍력,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발전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으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가 수급난으로 가격이 오르고, 아연·알루미늄·니켈·구리 등 원자재 공급 축소, 수요 확대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는 그린플레이션(그린+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여기에 주요 석유수출국기구 추가 증산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겨울 난방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유가 80달러 선을 넘어 연말에는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제 유가 공급이 확대되면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황세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길게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에너지 대란에 대한 공급 불안이 유가 수요 확대를 불러왔는데, 이는 중국의 자국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변경으로 호주의 석탄 수입을 재개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원유생산국 증산 거부는 생산 설비 부족이 아닌 이 상황(가격 급등)을 즐기고자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면서 "다만 미국 등의 압박과 최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이탈 국가가 속출되면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2008년 1월 국제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장중 일시 돌파한 뒤 같은 해 7월에는 142달러를 돌파하며 '초고유가 시대'를 연 바 있다. 

당시 국내 휘발유값은 리터당 2000원을 웃돌면서 승용차 홀짝제(2부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또, 물가 급등으로 가계 소비는 급격하게 위축됐고, 유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동차와 항공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OECD는 당시 우리 경제 성장률을 0.9%p(5.2%→4.3%)나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5.6%에서 5.2%로 0.4%p 낮춘 바 있다. 당시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과 같은 4.3%로 유지됐지만, 유가 상승이 이어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이전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도 불가피해 성장률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