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요동'…13개월 만에 장중 1200원 돌파
원·달러환율 '요동'…13개월 만에 장중 1200원 돌파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0.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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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보다 2.80원 오른 1198.80원 마감
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화 강세
상품수지 흑자 폭 감소 경기 회복세 둔화
원화 강세 요인 부재…연내 1210원 선 상승 전망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2일 오전 1200원 선을 돌파했다. 15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이후 소폭 조정되면서 1198.80원에 마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등 대외적인 변수와 국내 경기 회복세 둔화라는 내부적 요인으로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1210원 선 상승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1.4원 오른 1196.0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은 11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1200.20원까지 상승해, 지난해 7월28일 장중 1201.00원을 찍은 뒤 1년3개월 만에 1200원 선을 돌파했다.

1200원선을 넘은 원·달러환율은 다시 소폭 하락해 오전 10시10분 이후 1999원대로 떨어진 뒤, 이 구간에서 맴돌다 1198.8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기준 1200원 선 마감은 아니지만, 전날보다 2.80원(0.23%) 상승한 기록이다.

원·달러환율이 일시적이지만 12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환율 급등세는 유가 상승과 미국의 테이퍼링 조기 시행 예고에 따른 미국 기준 금리 인상 가속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요인으로 강달러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 달러지수는 우리 시각으로 12일 오후 3시30분 기준 94.278로 전날보다 소폭(0.05%)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WTI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현지 시각 11일 7년 만에 80달러 선을 넘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 역시 이런 흐름을 타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재용 신한은행 S&T 수석매니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강세가 됐고, 또 헝다 사태로 인해 아시아 투자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세 둔화라는 내부적 요인 역시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의 경우 5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4억5000만달러 감소한 수치다. 수출보다 수입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히 올해 4월부터 원화 가치가 약세로 많이 진행됐는데, 그 이유가 4월부터 무역수지 흑자 폭이 작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라며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물시장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감소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금융 정책이란 상수가 남아있고,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에서 물가 상승압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재용 매니저는 "연준의 테이퍼링이 대기해있고, 헝다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현재의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폭락)에 대한 압력이 쉽게 해소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수출업체들이 일단 달러를 던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단이 얇아진 영향이 크다. 주가가 빠지면서 (달러를) 사는 물량도 있을테고,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부분도 있는데, 이것을 받아줄 수 있는 (달러) 매도 포지션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오버슈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단기 오버슈팅 고려해서 고점을 1210원 초반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