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동결 '숨고르기'…스태그플레이션 방어 등 다음 셈법 복잡
재정정책 병행 필요성 대두…은행권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수면 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가운데, 향후 금리 조정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적잖은 전문가들이 연중 1~2회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왔고,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달 금리 추가인상을 시사한 만큼 사실상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10월 금통위 직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학계와 금융계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금리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금융불균형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장 재정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정하고자 할 경우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욱 확대된 점이 눈에 띈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유 기준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다만 이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경기 회복 동력을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금융불균형 등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소리가 뒤따른다.
이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운용 고려 요인 중 하나다. 물가만 보지 않지만, 물가는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회복은 견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 지난 8월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물가를 비롯한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같이 놓고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경기가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징후가 나오고 있다. 여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설비투자 등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앞서 10일 내놓은 '2022년 한국 경제 전망-3% 성장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민간소비 증가율을 2.7%로 예측(올해 연간 증가율은 3.1% 예상)하고 설비투자 감소 등을 전망했다. 연구원은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가계 소득 개선세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양극화와 경기 둔화, 최악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완전히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양준모 교수도 연말에서 내년 초 기준금리의 전망에 대해 1, 2회 추가 인상을 내다 보면서도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정책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재정정책 병행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 등이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 차원에서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적립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상 못지 않게 재정정책 등과의 병행 더 나아가 경제 연착륙 등을 모두 준비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