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사방’ 단순 시청자 처벌 범위 확대
법원, ‘박사방’ 단순 시청자 처벌 범위 확대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10.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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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텔레그램 기술적 특성 분석…적극적인 법리 해석 결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동‧청소년이 포함된 성착취물을 시청한 텔레그램 ‘박사방’ 무료회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법원이 단순 시청자의 처벌 범위를 확대 해석한 사례가 나왔다.

5일 청주지법 제천지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박사방 무료회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3년 제한’을 명령했다.

박사방 무료회원이었던 A씨에게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방조죄, 음란물 소지죄를 적용했다.

A씨는 앞서 2019년 12월 초 성착취물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에서 박사방 일당(조주빈(남‧25) 등)이 진행한 홍보 목적의 ‘실시간 검색어 미션’ 등에 참가했다. A씨는 운영진의 지시에 따라 특정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했고 다음날 조주빈 등이 게시한 미성년 피해자의 성착취 영상물을 시청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A씨가 의도적으로 관련 영상의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스트리밍 등의 방식으로 게시된 성착취물을 시청한 ‘단순 시청자’였음에도 음란물 소지죄를 ‘유죄’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법원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텔레그램의 기능적 특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텔레그램은 대화방에 게시된 미디어 파일(영상 및 사진)을 일정 용량 내에서 자동으로 이용자의 단말기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박사방 무료회원 305명을 특정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텔레그램의 이 같은 기능을 검증해 성착취물 시청은 곧 소지라고 결론지었다.

앞서 다른 판례(2020년 1월 서울고법)에서도 아동·청소년 관련 성착취물을 전송받아 시청한 자의 휴대전화에 영상물이 자동으로 저장됐다면 ‘단순 시청자’인 동시에 성착취물 소지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지난달 광주지법 순천지원는 경찰의 ‘텔레그램 실험·분석 결과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 ‘박사방’ 무료회원에게 방조죄 및 소지죄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동안 시민단체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단순 시청자’도 캐시 폴더에 불법촬영물이 저장된다면 시청자인 동시에 소지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및 ‘n번방’ 사건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던 사건이고, 단순 시청자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존 판례나 소지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 독일 등 사례를 참조해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