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장악후 폭압‧인권 유린…탈레반 '공포정치' 현실화
카불 장악후 폭압‧인권 유린…탈레반 '공포정치' 현실화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08.19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공항 인근 탈출 주민에 총격
카불 동쪽 도시 잘라라바드서는 탈레반 통치 반발 시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폭압과 인권 유린을 자행하며 공포정치가 현실화 됐다.

특히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여성 권리 존중’을 공언한 탈레반의 다짐이 무색하게 부르카(눈 부위를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의상)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총살을 당하는 등 현지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9일 미국 폭스뉴스‧AP통신‧월스트리저널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여성탄압과 시민 폭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에게는 총살까지 가해지는 등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공포정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 여성에 대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여성들의 복직을 독려하고 여학생들의 복학을 허용하며, 부르카 대신 히잡(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을 쓰도록 한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같은 날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고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탈레반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시민들과의 약속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공포정치가 현실화 되자 곳곳에서는 아프간 탈출을 시도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은 탈출에 나선 수많은 인파로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탈레반이 몰려든 주민을 채찍, 곤봉 등으로 폭행하고 해산을 위해 총기까지 난사하면서 탈출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탈레반은 당초 미국과의 사전협상에서 아프간 내·외국인의 탈출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어겼다.

이에 카불의 동쪽 도시 잘라라바드에서는 탈레반 통치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탈레반이 점령지에 꽂은 흰 깃발을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탈레반은 시위세력을 해산하기 위해 공중으로 총을 발포하며 위협을 가했다. 또, 막대기로 사람들을 공격하고 도망치려는 주민들을 구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카불 점령 이후 사면령 등을 선포하며 보복정치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등 약속과 다른 모습이 확인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외화 자산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재정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가 나왔다. 아프간은 해외 자산 90억달러(약11조원) 가운데 70억달러(8조2000억원)를 미국 연방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으며, 탈레반을 테러 단체로 간주하는 미국 때문에 해외 자산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