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료업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두고 입장차
보험·의료업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두고 입장차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5.10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편의 증대 차원 입법 필요" vs "기존 핀테크사 활용 가능"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이 공동으로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강은영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이 공동으로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강은영 기자)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문제를 두고 다른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편익 증대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고, 의료업계는 핀테크사가 운영 중인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이 공동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현재 국회에는 정무위원회 소속 4명의 국회의원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일주 개정안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했다.

발제자로 나선 나종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작년 말 기준 1억건이 넘는 실손보험 청구가 이뤄졌지만, 소비자들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소액 청구는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인 보험금 수령권이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진행한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보험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미청구한 경험률은 47.5%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보험금을 미청구한 이유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73.3%)'가 가장 많았다.

나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보험금 청구도 전산화될 필요가 있다"며 "또, 정부에서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4억장 이상의 종이 사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청구 전산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이미 의료업계는 핀테크 업체나 민간업체를 통해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법 개정이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의료서류를 청구하는 시점은 월 단위로 진행하고 있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되면 청구 횟수가 상시로 발생하게 된다"며 "또, 이 과정에서 환자가 청구하고 싶지 않은 진료 내역이 보험사에 전송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 핀테크업체에서 많은 병원과 약국을 연결해 청구 간소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한다면,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만든 핀테크 업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의료기관도 서류 처리가 간소화되고,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또, 이 청구는 소비자 동의 하에 진행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측 관계자로 참여한 금융위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화자가 종이로 받는 서류를 팩스를 통해 보험사에 보내지 않고, 병원에 요청하면 전산화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미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비슷한 절차를 통해 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보유출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이 뜨겁다"며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등 관계자들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의견을 교환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