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인터뷰] 보험업계 "의료계, 근거 없는 반대…정보보호 장치 충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인터뷰] 보험업계 "의료계, 근거 없는 반대…정보보호 장치 충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5.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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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요구 증빙서류 발급 의무 현재와 다르지 않아
심사 필요 최소 정보만 '기술·법적 안전망'서 이동
실손은 공공적 성격…믿을만한 공공기관에 맡겨야
(왼쪽부터)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과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각자 제공)
(왼쪽부터)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과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각자 제공)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의료 정보 유출 가능성과 의료기관 부담, 공공기관 활용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의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장기간 의료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험업계의 반박 논리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의료계가 근거 없는 반대 논리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기관이 환자가 요구하는 증빙서류를 발급하는 것은 지금도 당연한 의무인데, 부담 가중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보험금 심사에 필요한 최소 정보만 기술적, 법적으로 검증된 시스템상에서 전송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민간사업을 공공기관에 맡기면 안된다는 주장을 두고는 실손보험은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적 성격 보험이라며, 믿을 수 있는 공공기관에 정보 중개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의료기관에 부당한 부담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보나?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 "의료기관도 실손보험과 무관하지 않아"

의료기관은 실손의료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은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는 주체로서 실손의료보험계약과 무관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의 실손보험금 청구개선에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환자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묻고, 이를 토대로 비급여 진료를 권유해 수익을 올리는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계약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현행 의료법 제21조와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 업무지침'에 의하면, 환자 요청 시 제3자에게 전자문서 형태를 포함한 의료비 증명서류를 제공하는 것은 이미 의료기관의 부수적인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현재도 증빙서류 발급 의무 있어"

물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간 계약이다. 그래서 가입자가 직접 청구를 하는 것이고, 청구를 의료기관에 대행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청구 전산화를 하더라도 청구 행위 주체는 가입자다. 그렇지만,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는 지금도 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하고, 의료기관은 보험 가입자의 요청이 있을 때 서류를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도 의료법에는 환자가 원할 경우 전자적 양식으로 보내야 한다고 돼 있다. 종이로 발급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보내달라는 것인데, 이전에 없던 의무를 부여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 "보험금 확인 서류 병원에서 받는 것은 당연"

보험금 청구를 받은 보험사는 사실을 확인할 서류가 필요하다. 그 서류는 당연히 병원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전산에서 자동으로 증빙서류가 간다고 할 때 한 개인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전체가 가는 게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가기 때문에 병원이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Q 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안전 장치나 대안이 있나?

배홍 국장 "모든 개인정보를 다 보내는 것 아냐"

일단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된다고 해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진단 관련 내용이 담긴 서류인데, 정보 유출을 문제 삼는 것은 것은 맞지 않다. 꼭 필요한 정보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한 개인의 정보를 다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당연히 관련 기관이 상호 체크하고, 개인정보보호법도 많이 강화돼 있다.

정성희 연구위원 "종이 서류 이용하는 지금이 정보 유출 가능성 더 커"

가명정보처리기술이 발달돼 있어서 의료기관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처럼 종이 서류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유출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가명처리해서 의료기관에서 중개 기관을 거쳐 보험회사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도 볼 수 없고,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는 시점에 볼 수 있는 체계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3의 중개 기관이 철저하게 가명정보처리해서 서류를 보내고, 만약에 이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중개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명시하면 된다.

박기준 장기보험부장 "심평원 활용하면 돼…정보 유출된 적 없어"

환자의 민감정보가 전자적 전송의 대상이 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전송 과정에서 유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비해 민간업체보다는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자료전송업무를 수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심평원은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관련 자료전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정보 유출의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

심평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본래 목적 외로 보유 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나, 현 보험업법 개정안은 목적 외 사용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명문으로 업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의 사용·보관금지 및 위반 시 처벌조항을 둬 의료계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적극행정 중점과제 중 하나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선정했다. (자료=금융위)
금융위원회는 올해 적극행정 중점과제 중 하나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선정했다. (자료=금융위)

Q 정보 중개 기관으로 공공기관인 심평원 대신 핀테크 업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성희 연구위원 "영리 목적 핀테크 업체가 더 위험"

영리 목적 핀테크 업체가 정보 유출 측면에서는 더 위험하다. 사설 핀테크 업체에 정보 중개를 맡긴다는 게 더 문제가 되고, 핀테크 업체들 자체가 표준화가 안 돼 있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만약 심평원이 못하겠다고 하면 제3의 중개 기관을 만들 수 있다. 제3의 중개기관에 업격한 역할과 의무를 부여하고, 만약 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면 법에 근거해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된다.

박기준 부장 "민간 업체, 폐업·철수 등 리스크"

민간ICT(정보통신기술) 업체가 개별적으로 요양기관 및 보험사와 제휴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위탁받은 다수 ICT 업체가 폐업하거나 청구 전산화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기존 병·의원의 연계망 유지 불안정성으로 인해 서비스 중단, 방식변경 등 소비자 불편 및 피해 우려가 매우 크다.

심평원은 이미 전국에 약 9만7000개의 요양기관과 관리망을 구축·운영하고 있어 전산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전송망 개설에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된다. 또, 의료정보에 대한 보호체계 및 보안체계가 갖춰져 있어, 국민 대다수가 민간업체보다는 공공기관의 인프라를 바라고 있다.

배홍 국장 "실손보험은 공공성 강해…공공기관에 맡겨야"

지금도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이력이 보험개발원으로 간다. 마찬가지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며,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이다. 이런 것은 더욱더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심평원처럼 책임 있는 곳에서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것을 핀테크 업체에 맡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주가 심평원이 돼야 하고 필요하면 보조적 개념으로 핀테크사를 활용할 수는 있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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