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투기 근절 총력할 엄중한 시기에 송구"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인선했다.
앞서 '전셋값 인상' 논란을 부른 김 전 실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기에 국민께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김 전 실장, 이 신임 실장과 함께 회견장을 찾아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유 실장은 신임 이 실장에 대해 "재난지원금과 한국판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며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 처리로 신망이 높고,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보유해 집권 후반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국가 실현 등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서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내걸고 나섰던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이틀 전에 자신의 집 세입자와 재계약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14% 넘게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은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차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전셋값을 꼼수 인상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김 실장과 그 배우자는 2005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전용면적 120m²짜리 '한신오페라하우스2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김 실장 내외는 2011년 7월 이사하면서 지금까지 이 아파트를 세놓고 있다.
문제는 김 실장 부부가 지난해 7월 29일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인상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과 8월 같은 면적의 다른 집이 전세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인상된 보증금은 시세보다 약 2억원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이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이라 새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계약 시점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야기했다.
당시 정황을 보면 김 전 실장 부부가 재계약한 지난해 7월 29일은 국회의 임대차법 처리가 초읽기에 돌입한 때다. 임대차법에 따라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거절할 수 없고, 임대료 인상은 5% 이내로 제한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 부부가 법 시행 후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에 따라 재계약을 했다면 전세보증금은 8억9250만원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김 전 실장의) 해당 주택 전세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아 합의해서 올렸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서 전세금 상승분을 마련하기 위해 청담동 아파트 전세금을 일부 올렸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세입자와도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실장의 금호동 아파트 전세금은 2018년 3억3000만원에서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억2000만원 올라 5억5000만원이 됐다.
김 전 실장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선 대한민국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 실정이다.
회견 단상에 오른 김 전 실장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부동산 공급 대책 등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게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신임 실장은 "그동안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과제를 총괄해 오신 전임 김 실장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옹호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세 가지 정책 과제에 집중하겠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조기에 일상을 회복하는 것 △기술과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 △그 과정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 등을 내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지난 밤 비서실장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고, 아침에 대통령께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부동산 관련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며 "우선 본인이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이 일을 맞는 게 적절치 않다고 강력한 사임 의사가 있었다"고 소회했다.
신임 이 실장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예정인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 등 회의부터 참석한다. 후임 경제수석은 최대한 빨리 메꾼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