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높은 이유, 여실히 드러났다… 文, 김상조 경질
'전셋값' 높은 이유, 여실히 드러났다… 文, 김상조 경질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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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상조 경질… 후임에 이호승 인선
김상조 "투기 근절 총력할 엄중한 시기에 송구"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인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며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과 교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인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며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과 교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인선했다.

앞서 '전셋값 인상' 논란을 부른 김 전 실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기에 국민께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김 전 실장, 이 신임 실장과 함께 회견장을 찾아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유 실장은 신임 이 실장에 대해 "재난지원금과 한국판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며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 처리로 신망이 높고,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보유해 집권 후반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국가 실현 등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서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내걸고 나섰던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이틀 전에 자신의 집 세입자와 재계약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14% 넘게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은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차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전셋값을 꼼수 인상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김 실장과 그 배우자는 2005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전용면적 120m²짜리 '한신오페라하우스2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김 실장 내외는 2011년 7월 이사하면서 지금까지 이 아파트를 세놓고 있다.

문제는 김 실장 부부가 지난해 7월 29일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인상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과 8월 같은 면적의 다른 집이 전세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인상된 보증금은 시세보다 약 2억원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재계약 시점이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이라 새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계약 시점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야기했다.

당시 정황을 보면 김 전 실장 부부가 재계약한 지난해 7월 29일은 국회의 임대차법 처리가 초읽기에 돌입한 때다. 임대차법에 따라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거절할 수 없고, 임대료 인상은 5% 이내로 제한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 부부가 법 시행 후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에 따라 재계약을 했다면 전세보증금은 8억9250만원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김 전 실장의) 해당 주택 전세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아 합의해서 올렸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오르면서 전세금 상승분을 마련하기 위해 청담동 아파트 전세금을 일부 올렸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세입자와도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실장의 금호동 아파트 전세금은 2018년 3억3000만원에서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억2000만원 올라 5억5000만원이 됐다.

김 전 실장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선 대한민국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 실정이다.

회견 단상에 오른 김 전 실장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부동산 공급 대책 등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게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신임 실장은 "그동안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과제를 총괄해 오신 전임 김 실장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옹호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세 가지 정책 과제에 집중하겠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조기에 일상을 회복하는 것 △기술과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 △그 과정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 등을 내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지난 밤 비서실장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고, 아침에 대통령께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부동산 관련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며 "우선 본인이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이 일을 맞는 게 적절치 않다고 강력한 사임 의사가 있었다"고 소회했다.

신임 이 실장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예정인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 등 회의부터 참석한다. 후임 경제수석은 최대한 빨리 메꾼다는 방침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