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급반등에도 전문가 "인플레·금리 우려 계속"
나스닥 급반등에도 전문가 "인플레·금리 우려 계속"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3.10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민감주 추세적 강세 유효…기술·성장주 재평가 불가피
2021년 2월10일~3월9일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수 상위 1~3위(왼쪽부터)테슬라·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유니티 소프트웨어 차트. (자료=한국투자증권 MTS)
2021년 2월10일~3월9일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수 상위 1~3위(왼쪽부터)테슬라·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유니티 소프트웨어 차트. (자료=한국투자증권 MTS)

금리 상승으로 미국장에서도 업종별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간밤 나스닥이 3.7% 반등한 반면, 다우지수는 0.1%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날 나스닥 반등이 경기 회복에 따른 경기민감주의 추세적 강세-기술주 약세 국면을 전환하는 신호가 될 수 있는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기대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압력에 계속 노출돼 있는데, 이런 환경이라면 성장주 등 기술주의 주가 재평가는 불가피한 수순이 될 전망이다. 

9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64.66p(3.69%) 급반등하면서 1만3073.8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폭은 작년 11월4일 3.85% 이후 최대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65.87%, 연초 대비 수익률도 1.44%로 지난 8일 마이너스에서 상승 전환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9~12일 1만4000선을 넘어섰다가, 미국 10년물 금리 이슈가 부각된 이후부터 테슬라와 애플 등 주요 기술주들의 급락세와 맞물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1만2000선을 오갔다. 

특히, 테슬라 주가는 이날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19.6% 큰 폭 상승했고,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3~4%대로 오르며 일제히 낙폭을 만회했다. 

반면,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에서 월트디즈니(-3.67%)와 JP모건 체이스(-0.71%), 골드만삭스(-1.08%), 엑슨모빌(-1.54%) 등 최근 강세를 보였던 종목은 하락했다. 또, 필수소비재 경기 방어주인 월마트(0.79%)는 강보합, 코카콜라는 1.51% 하락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날 성장·기술주 반등 요인에는 예상보다 인기가 좋았던 미국채 수요에 따른 금리 안정, 최근 기술주 약세에 따른 저가 매수 유입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580억달러 규모(66조원)에 이르는 미 재무부의 3년물 국채 입찰이 있었다. 이날 응찰율은 2.69배로 나타나 12개월 평균인 2.39배보다 높았다. 지난달 말 7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부진해 10년물 금리를 장중 1.6%까지 뛰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강한 채권 수요가 나타나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44bp 내린 1.526%에 마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채권 수요 증가가 확인되면서 기준물 역할을 담당하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내렸다"며 "금리 진정세와 함께 주식 저가 매수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최근 수일간 부침을 겪었던 기술주가 일제히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장과 기술주 등락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국내 투자자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2021년 2월10일~3월9일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수 종목 1~10위(단위:USD). (자료=예탁결제원)
2021년 2월10일~3월9일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순매수 종목 1~10위(단위:USD). (자료=예탁결제원)

최근까지도 국내 투자자의 성장주 등 기술주 선호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0일~이달 9일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종목 1~5위는 테슬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유니티 소프트웨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아크 이노베이션 ETF 등이다.

이 중에서 3배 레버리지 ETF는 반도체 섹터 성과를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고, 아크 ETF는 테슬라와 스퀘어, 로쿠 등 성장주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반등을 고려해도 최근 한 달간 이들 종목의 투자 수익률은 처참하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32% 하락폭이 가장 크고 △유니티소프트웨어 -23.1% △ 아크 이노베이션 ETF -20.47%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3배 레버리지 ETF -18.6% △테슬라 -16.3% 순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백신 보급에 따른 미국 경기 회복 국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 도사리고 있어서다. 당장 이날 밤 미국채 10년물 입찰, 내주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연설도 눈앞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남은 국채 입찰, 내주 FOMC 등 변수들이 있어서 결과가 시장의 예상과 다를 시 변동성도 커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며 "현금 기대 흐름이 성장주는 미래에 있고, 가치주는 가까이 있다. 추세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금리 상승 시 성장주는 할인율이 올라가면서 주가를 재평가 받아야 되는 구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이 주가 할인율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성장주에 투자하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미국 주식 전문가들은 단기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준으로 '안정과 균형'을 제시하고 있다.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민감주가 유리하고, 기술주 중에서는 실적이 담보되는 종목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극된 인플레 우려는 앞으로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감이 유지되는 구간 동안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플레 및 금리 상승 시 주가 퍼포먼스가 좋은 섹터 비중을 늘리면서 포트폴리오 밸런스를 맞추는 뱡향이 좋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견조한 실적의 기술주 비중은 유지하고, 모멘텀이 큰 경기민감 가치주로 수익률을 창출하는 구성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