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박원순 롤모델' 발언 뭇매… "보선 원인 계승한다니 아찔"
우상호 '박원순 롤모델' 발언 뭇매… "보선 원인 계승한다니 아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2.15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단체 "이번 보선 왜 치러지는지 벌써 잊었나"
우상호, 최근엔 이언주 새천년NHK 재조명에 난감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상호 선거캠프)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상호 선거캠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혁신의 롤모델'이라고 내세웠다가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새천년NHK 사건 재조명에 이어 잇따른 실언으로 연일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사와 우 의원 선거운동본부에서는 비판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우 의원 선거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서울시장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 대표를 맡은 신지예 씨는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정책을 계승해 우상호가 박원순이고, 박원순이 우상호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걸 보니 아찔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 벌써 잊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성추행·성희롱을 저질러 공석이 돼 치르는 선거"라며 "이 국면에서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온 우 후보는 누구와 공감 중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피해 입고 직장내에서 호소하다 경찰서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한테 서 있나"라며 "1988년도에나 어울릴 만한 패거리 정치 문화,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치 소명까지 팔아먹는, 무엇이나 하는 정치꾼만 시민의 곁에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민주당 당사에선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가 우 의원이 지난 1989년 학생운동 당시를 회고하며 펴낸 '학생회 운영의 원칙과 방도'에 대해 "왜곡된 성인식이 포함돼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우 후보의 저서에 '짧은 치마에 하이힐, 조금 야하다 싶은 여학생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떠나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돌을 캐는 모습에 기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적힌 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마를 입은 야한 여학생을 보며 기뻐했을 우 선배는 박원순 정신을 이어갈 적임자"라며 "이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우 선배를 서울시장으로 지지하며, 우상호만의 박원순 정신을 널리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라고 비꼬았다.

또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을 진심으로 돌아보기 바란다"며 "우 후보는 운동권 시절부터 수십년간 자리 잡았던 성인식에 대해 TV 토론에서 해명하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시장이 잘한 정책은 계승하고 잘못한 정책이나 부족한 것은 보완하겠다, 그 연장선에 있는 얘기였다"며 "박 전 시장이 했던 몇 가지 혁신적인 정책을 배워야 되겠다는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당했던 많은 상처와 아픔에 대해선 공감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대책을 만들고,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너무 상처받지 않으시기 바란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면서도 "박 전 시장의 유가족은 무슨 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비공개로 유가족에게 (의견을) 전달을 할 생각은 안 하셨나"라고 묻자 우 의원은 "그만하라, 충분히 말씀드렸지 않느냐"라며 불쾌감을 피력했다.

우 의원은 최근에는 새천년NHK 사건에 대해 재차 해명하기도 했다.

'새천년NHK 사건'은 우 의원을 비롯한 86그룹 인사가 지난 2000년 5월 17일 5·18 전야제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아 '새천년NHK'라는 주점에서 여성 접대부와 술자리를 가진 사건을 말한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민주당이 신성시하는 바로 5·18 기념일 전야제날 일부 운동권 정치인이 단란주점에서 여성 접대부를 불러 광란의 술판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며 "그 중 한 명이 성추행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시장후보로 출마한다. 바로 서울시장 예비후보 우상호 씨 얘기"라고 부각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민주당의 성범죄로 인해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말로 옮기기에도 낯부끄러운 추태를 보였던 우 씨가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상호는 여성 접대부와 어울리면서 해당 방에 돌아온 임수경 전 의원을 손으로 거칠게 잡아끌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했던 사람"이라며 "여성을 폄하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성추행이 원인이 돼 생긴 보궐선거에 출마하다니 얼마나 서울시민을 우습게 여기면 그러겠느냐"고 부각했다.

우 의원은 당시 사건이 다시 화두로 오른 것에 대해 "21년 전 일은 국민에게 사죄드렸고, 당사자에게도 여러 번 사과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전한 바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