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김민희 여사, 장학금·이웃돕기성금 3000만원 기탁
부안군 김민희 여사, 장학금·이웃돕기성금 3000만원 기탁
  • 김선용 기자
  • 승인 2020.09.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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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여사 (사진=부안군)
김민희 여사 장학금·이웃돕기성금 기탁. (사진=부안군)

“중학교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서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못 배운 게 평생 한이었습니다. 뒤늦게 대학까지 나왔고 많이 배워 여한이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저처럼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적은 돈을 기부하게 됐습니다”

전북 부안군은 지난 22일 3층 군수실을 찾은 김민희 여사가 기탁식에 앞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고 23일 전했다. 

이날 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김민희(80세) 여사는 팔십 평생 모은 재산 중 대부분인 3000만원을 군 근농인재육성장학금(2000만원)과 이웃돕기성금(1000만원)으로 기탁해 한가위를 앞두고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날 김 여사가 기탁한 돈은 먹고 싶은 음식도 안 먹고 입고 싶은 옷도 안 입으며 한 푼 두 푼 모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1941년 변산면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변산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부안여자중학교에 합격했지만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입학하지 못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김민희 여사는 그 자체가 아픈 기억이었고 평생 한이었다. 그러나 김 여사는 나이가 들어도 학업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김 여사는 노인여성회관 노래교실 등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항상 배움을 즐거워하고 갈망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중 김 여사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점점 더 커지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61세가 되던 해인 지난 2001년 중학교에 입학하고 3년 뒤 고등학교 또 3년 뒤 전주비전대학교에 입학했다.

10여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70세인 지난 2010년 대학교 졸업이라는 만학의 꿈을 이룬 김 여사는 “항상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던 만큼 학생들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돈의 대부분을 기꺼이 기탁하게 됐다”며 “너무 적은 금액이지만 자신과 같이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소중하게 써 달라”고 기탁의 배경을 설명했다.

3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기탁하고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표현한 김 여사는 올해 초까지도 병석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신장이 안 좋다는 판정을 받고 독한 약과 함께 혈액투석까지 받았지만 최종 결과 오진이었으며 약으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약 4개월 동안 음식 섭취도 못한 채 링거에 의지해 생활했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뒤에도 ‘나보다는 남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3000만원을 기탁했다. 

군 근농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권익현 군수는 “평생 모으신 큰 금액을 장학금과 성금으로 선뜻 기부해 주신 김민희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부안의 학생들이 가정환경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고 안정적인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sy26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