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산업이 무너진다-上] 경마 장기휴장…2만여명 벼랑 끝 위기
[말(馬)산업이 무너진다-上] 경마 장기휴장…2만여명 벼랑 끝 위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9.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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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반년 이상 중단에 종사자, 연관산업 피해 '막심'
마사회, 재정악화 두 손 들고 비상경영…6조4000억원 손실 우려
폐업·파산·실직 직면해 생존기반 '흔들'…세수도 1/10 쪼그라들어
코로나19 장기화로 휴장 중인 서울경마공원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코로나19 장기화로 휴장 중인 서울경마공원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국내 말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쑥대밭이 돼버렸다. 말산업을 지원해온 한국마사회는 심각한 재정악화에 빠졌고, 입점업체와 경마종사자, 생산농가는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관련 협회와 단체들은 제한적인 관중 입장을 허용해 말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본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말산업의 현주소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말산업은 코로나19로 ‘올 스톱(all stop)’ 됐다.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경마 종사자들의 생계 확보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던 6월부터 무관중 경마를 시행했지만,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이달부터 잠정 중단했다. 

마사회는 심각한 재정악화에 빠졌고, 기수·조교사 등 경마종사자는 물론 생산농가와 경마장 입점업체를 비롯한 연관 산업도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사회는 이달 1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3일 휴업을 하고, 서울과 부산경남, 제주 등 3개 경마장에서 진행했던 무관중 경마도 중단했다. 

그간 경마에 소요된 모든 비용은 마사회가 책임져왔다. 하지만, 마사회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지난 2월23일부터 경마를 잠정 중단했다. 마사회는 이후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계자금 무이자 대출과 입점업체 임대료 면제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이는 김낙순 마사회장이 침체된 말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마종사자와 연관 산업 관계자들의 생계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김 회장은 이후 정부와 협의를 통해 관중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6월19일 경마를 재개했다. 

마사회는 무(無)관중 경마에도 상금 예산으로 매주 70억원 정도를 지출했다. 마사회는 10주간 입장수입이 없는 가운데, 상금으로만 700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마사회의 경마 매출 손실액은 4개월 간의 휴장시기를 포함해 올 8월말까지 약 4조1000억원에 달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무관중 경마를 재개한다고 해도 연말까지 경마 매출 손실액은 6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경마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마사회의 재정악화뿐만 아니라 말산업 전반에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말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2만3000여개다. 세부적으로 마주를 포함한 경마에서 1만5400여명, 승마 3700여명, 생산자 2000여명, 연관 산업 종사자가 1800여명이다.

농가가 말을 키우면 마주는 말을 구매하고, 말 관리사와 조교사는 말을 관리·훈련시킨다. 기수는 훈련된 말을 타고 경주에 출전한다. 경주상금은 종사자의 생계유지와 경마 재투자로 선순환 된다. 또, 경마가 열릴 때마다 식당 등 주변상권에 돈이 돌면서 경제적 효과도 발생시킨다. 그러나 경마가 중단되면서 이런 순환구조는 붕괴됐고, 말산업의 기반은 흔들리게 됐다.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는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마상금이 크게 줄어든 탓에 생계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 말을 키우는 농가도 막막하다. 열심히 말을 키우고도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는 말 경매시장 위축으로 8월말 기준 약 60억원이다. 경마 중단이 지속되면 연말까지 손실액은 100억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에 입점한 90여개 편의점·식당 매출은 전년보다 233억원 줄고, 경마정보를 제공하는 업계 매출도 286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주마 경매 현장. (제공=한국마사회)
경주마 경매 현장. (제공=한국마사회)

이러한 가운데, 경마·승마 등 관련협회와 단체, 경마팬들을 포함한 20여개 조직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지난 8월 청와대와 국회 등에 경마시행 촉구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은 그간 ‘경마는 사행성 산업’이라는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하소연조차 못했지만, 반년 넘게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상당수는 폐업과 파산, 실직에 직면했다. 이들은 더 이상 버티다 못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정원 20% 수준의 제한적 관중 입장을 해서라도 경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비단 마사회와 말 산업 종사자만 피해를 입는 건 아니다. 말산업이 무너지면, 정부 세수 확보도 어려워진다. 

마사회의 올 8월까지 매출액은 9756억원이다. 전년 동기 5조875억원의 19% 수준에 불과하다. 마사회는 지난해 7조3572억원의 매출을 거둬 이중 1조1771억원을 농특세·레저세 등의 세금으로 납부했다. 국산 축산물의 수급·가격 안정 차원에서 ‘축산발전기금’ 938억원도 냈다. 이는 지난해 이익금의 70%에 달한다.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정부 세수는 1561억원(추정치)으로 뚝 떨어진다. 축산발전기금은 이익금이 없기 때문에 0원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