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산업이 무너진다-下] 선진국 '온라인경마' 안착…국내허용 시급
[말(馬)산업이 무너진다-下] 선진국 '온라인경마' 안착…국내허용 시급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9.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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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등 경마선진국, 조기 도입으로 코로나19 불구 매출 성장
불법사설이용자 제도권 끌어오는 건전 구매수단 '순기능' 기대
정치권도 비대면 마권 발매 팔 걷어붙여…정부 대안 마련 촉구
경마 현장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경마 현장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국내 말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쑥대밭이 돼버렸다. 말산업을 지원해온 한국마사회는 심각한 재정악화에 빠졌고, 입점업체와 경마종사자, 생산농가는 고사위기에 내몰렸다. 관련 협회와 단체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제한적 관중 입장 허용으로 말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본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말산업의 현주소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말(馬)산업 회복과 경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은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경마선진국에서는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면서도 온라인 발매 시스템을 재빠르게 도입한 덕분에, 코로나19에도 매출이 늘면서 경마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말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직전에 몰린 경마산업이 회복하기 위해선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일본·홍콩 경마산업은 성장

현재 국내 마권 발매는 오프라인 대면접촉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서울과 제주, 부산경남 등 경마장 3곳과 전국의 장외발매소 30곳 등 총 33개소에서 마권을 구입할 수 있다. 장외발매소는 이용객이 직접 경마장에 가지 않더라도 현장 중계를 통해 베팅할 수 있는 시설이다. 

장외발매소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마사회 경마 전체 매출의 70%가량인 5조원을 웃돈다. 경마공원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좋아 이용객들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마권 구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말산업 피해 확산을 막으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한편,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택트 방식의 마권 발매 허용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마 선진국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에 따르면 일본은 2002년 온라인 마권 시스템을 본격 도입한 후 2019년 기준 전체 경마 매출의 70.5%를 온라인이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올 상반기에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했지만, 1조4753억엔(약 16조39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보다 1.5% 늘었다. 

홍콩도 2019-2020시즌(2019년 9월~2020년 6월)에 1216억원 홍콩달러(약 18조6000억원)를 벌었고,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홍콩정부 세수로만 1조8503억원이 납부됐다. 미국·프랑스 등 다른 경마 선진국들도 온라인 마권 발매로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했다.

◇온라인 마권 발매로 사행성과 과몰입 줄어

반면, 우리는 경마 중단으로 올 7월까지 말산업 피해·손실액만 약 5조6000억원이 넘는다. 이 기간 마사회의 경마 매출 손실은 4조6763억원이다. 오프라인 마권 발매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국제경마연맹 60여개 회원국 중 온라인 마권 발매가 도입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단 두 곳뿐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불법경마 억제 차원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불법사설경마의 실태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국내 불법경마시장 규모는 약 14조원(추정치)에 이른다.

지난해 마사회 매출의 두 배 수준이다. 불법경마로 새는 세수만 1조1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부터 2019년 9월까지 불법경마로 단속된 인원은 1만145명, 폐쇄 조치된 불법사이트는 1만2400여개다. 

경마 선진국 대부분은 온라인 마권 발매로 불법시장 확대를 제어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2004년 불법시장 규모가 합법시장보다 3배 이상 컸지만, 온라인 발매로 2012년 1/5 규모로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어느 장외발매소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어느 장외발매소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마사회 관계자는 “온라인 발매 도입은 불법사설경마 이용자를 제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건전 구매수단 차원에서 검토할만한 사항”이라며 “장외 이용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한다면, 장외발매소의 단계적 축소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현실화될 경우, 복권방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위탁발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사행성과 과몰입을 더욱 조장하고, 청소년 접근이나 타인명의 도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실명제 운영과 제한된 경주 시행 등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마사회는 우선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실명제 적용과 회원가입 시 ‘현장대면’ 등을 통해 청소년 접근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또, 경마는 일주일에 3일만 시행되고, 하루 경주 횟수도 제한적이라 온라인 발매를 해도 배팅 빈도나 금액은 기존과 차이가 없다. 

과몰입의 경우, 온라인 채널 특성을 십분 활용해 셀프구매·손실한도 계획 등 자기통제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온라인 발매로 경마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각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을 제한하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도 “온라인 마권 필요하다” 강조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지난달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지만, 말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며 “매출총량 초과 시 마권 발매 일시중단, 장외발매소 축소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8월3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결산심사소위 회의에서도 이만희 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천·청도)은 “경마사업은 축산발전기금을 포함해 농업 발전에 상당부분 역할을 하는 만큼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은 “말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농식품부는 자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parkse@shinailbo.co.kr